이른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증인으로 출석한 박지만(57) EG 회장이 "측근 전모씨를 통해 일명 '정윤회 동향' 문건을 봤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재판장 최창영) 심리로 21일 열린 박관천(49·구속) 경정과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공판기일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 회장은 "특이한 문구가 있어서 기억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회장은 "전씨가 내게 보고한 '정윤회 문건'에서 제목이나 명의자가 어디로 돼 있는지는 관심이 없었다"면서도 "정윤회 문건에 정씨가 아내와 별거했다는 재미있는 내용이나 특이한 문구가 있어서 본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직접 봤다고 언급한 것은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 정윤회 동향'(정윤회 동향) 문건으로, 전씨를 통해 박 회장에 건네 준 적이 없다는 박 경정의 기존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다만, 박 회장은 '최근 파견 경찰관 인사 관련 언론동향' 문건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날 박 회장은 아내 서향희 변호사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도 박 경정으로부터 구두 또는 문건으로 해당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전씨로부터 보고 받은 내용 중에서 아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집사람에게 이야기해 준 적은 있다"면서도 받은 문건을 가져가 서 변호사에게 보여준 일은 없다고 답했다.
반면, 앞선 기일에서 증인으로 선 전씨는 "박 회장이 서 변호사에게 문건을 가져가서 직접 보여줬고 그 문건 내용을 본 서 변호사가 굉장히 화를 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박 회장은 또 자신과 서 변호사에 대한 '대통령 친익척 관리담당' 창구를 조 전 비서관으로 단일화 해달라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한 사실도 증언했다.
조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캠프 시절부터 박 회장 부부 관리 업무를 담당해 왔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른 새로운 사람이 맡아 관리하는 게 심적으로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다음 공판기일은 다음달 18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앞서,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은 지난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정윤회 동향' 보고서 등 청와대 내부문건 17건을 박 회장에게 건넨 혐의로 기소됐고, 박 경정은 단속무마 청탁으로 1억7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서울중앙지검이 비선개입 논란을 불러온 '정윤회 문건' 내용의 진위, 유출 경로 등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던 지난 1월5일 오전 서울 강남구 EG그룹 빌딩에 박지만 회장이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