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인 삼성서울병원 의사(35번째)가 방문한 강남 재건축조합 총회 참석했다가 자가격리된 1298명에 대한 국비 지원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자가격리 주체가 서울시이기 때문에 국비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상황은 정부와 시간 갈등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서울시 안찬율 희망복지지원과장은 27일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가 이들을 긴급생계비 국비지원에서 제외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과장은 "지난 24일 정부 추경예산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정부추경에 대한 최종 예결위에서 정부는 '지자체격리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책임을 지는 게 원칙'이라고 답변했다"며 "이는 서울시 격리조치자 1298명에 대해 국비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서울시 자체격리'라는 것을 국비지원 제외 이유로 들고 있지만, 가택격리 결정권한은 '감염병 예방에 관한 법률' 49조에 의거해 정부, 시도, 시군구에 동시에 부여된 것이므로 이를 차별해 지원할 타당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6월4일 서울시 기자회견과 재건축 총회 참석자에 대한 자가격리 조치는 당시 메르스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정부의 35번 환자에 대한 최종 역학조사 결과가 6월15일에야 나오는 등 그 시점엔 메르스 바이러스의 감염·전파 범위 등에 대한 전체적 파악이 곤란해 메르스 환자의 확산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시 긴급기자회견 이후 열린 6월10일 11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든 입원·격리자 전원에게 소득·재산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1개월분 긴급생계비를 지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직후엔 '긴급복지지원법'상 긴급지원 대상자 선정과 적정성 심사 등 권한은 원칙적으로 지원기관인 지자체장 소관사항이라고 밝히고 선정 권한을 지자체장에게 줬다. 그러나 같은달 19일 보건복지부는 지자체에서 별도로 격리조치한 경우 전액 지방비로 지원하도록 통보해 돌연 지침을 변경했다.
안 과장은 이같은 사실을 지적하고 "긴급생계비 지원은 '감염병 관리'라는 정부 지자체 모두의 공통된 인식과 목표 아래 이뤄진 조치로, 재건축 총회 참석자만 차별받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정부가 상황이 호전됐다고 해서 지침을 일방적으로 변경, 지자체에 통보하는 것은 감염병 관리 일관성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당초 입장대로 전원에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추경 긴급복지비 지원예산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100억 원 증액됐다"며 "향후 보건복지부가 집행계획 수립 시 서울시 격리 조치자에 대한 정부지원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앞서 지난 6월4일 밤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35번째 환자와 같은 공간에서 있었던 재건축조합원 1298명을 자가격리조치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이들이 생계활동을 못하면서 손해를 본 점을 감안해 우선적으로 긴급생계비를 지원했다. 하지만 정부는 서울시가 이들을 자체 격리했다는 이유로 국비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4일 밤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메르스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