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리솜리조트 대출 과정에서 특혜를 줬다는 일부 사실이 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됐다. 규정을 어겨 담보비율을 2배 이상 높게 잡거나 대출 불가 의견을 낸 심사담당자들을 사전 교체해 억지로 대출을 승인해줬다는의혹도 제기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마용주)가 최근 선고한 리솜리조트 대출 사건에서 농협은행 여신심사 담당직원 이모씨는 농협은행이 리솜리조트가 2011년 7월 제천시 휴양콘도 개발 목적으로 한 280억원 대출신청 심사에서 담보비율을 70%로 잡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은행 여신규정상 담보비율은 30%지만 무리하게 상향조정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잡은 담보물도 분양이 안 된 안면도 리조트였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또 대출시 리스크와 자금 유용방지를 위해 시공사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우고 책임준공 조건을 부과해야 하지만 리솜리조트에 대해서는 자체사업으로 시공할 수 있도록 특혜를 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리솜리조트에 대해 2011년 7월 진행된 심사에서 대출을 반대할만한 심사역들은 사전에 걸러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재판부는 "리솜리조트 추가대출 건과 관련해 비록 대출이 사후수취담보를 조건으로 해 담보비율이 문제될 여지가 없고, 여신심사회의 심사위원 2명을 임의로 교체했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으며 담당 지점 변경도 이례적이라 볼 수 없고 회원분양권의 경우 이를 채무로 파악해 담보가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규정은 추가대출 이후 신설된 점 등의 사정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차후 리솜리조트의 재무상태나 사후 담보로 제공될 리조트 분양 상황 등 제반 정황에 비춰볼 때, 원고가 리솜리조트 추가대출 건이 부당대출에 해당할 가능성을 의심할 여지는 있었다"고 판시했다. 리솜리조트 280억원 추가대출 건은 신청대로 이뤄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씨는 법정에서 "리솜리조트 대출심사 당시 심사에 참석한 모 팀장은 '이번에 리솜리조트가 또 280억원 추가대출 신청을 했지만 내년에도 또 추가 대출을 요청할 것이고, 앞으로도 업체(리솜리조트)가 추가대출을 요청하면 요청하는 대로 추가 대출을 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번 280억원 추가 대출은 당연히 해줄 수 밖에 없는 분위기였다'고 말하며 후회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특혜대출 등을 문제삼았다가 해고당했으나 소송을 통해 복직했다. 그가 주장한대로 이후에도 대출이 이어져 현재까지 대출금은 총 1649억원이며, 원금 회수율은 14%(235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판결을 통해 나타난 대출은 농협은행이 농협중앙회로부터 분리되기 전의 일이다. 때문에 최원병 회장을 비롯해 농협중앙회 경영진의 입김이 직접 작용했을 거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농협 측은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 실세들의 도움으로 회장에 연임된 이후 '최원병 사단'이라고 불릴 만큼 측근들을 농협중앙회 요직마다 배치했다는 논란이 이어져온 만큼 설득력은 떨어져 보인다.
검찰도 이미 최 회장이 리솜리조트 특혜대출을 직접 지시한 정황을 포착하고 최 회장과 신 회장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지난 29일 농협으로부터 '1000억대 특혜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리솜리조트 서울 강남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을 이동시키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신지하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