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최근 증권사에 다시금 투자은행(IB)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나 다름없었던 미국에서 리먼 브러더스의 몰락 이후 국내 증권사의 IB 열풍도 주춤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 2월 자본시장법 시행 전만 하더라도 '오직 IB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던 증권사의 목소리도 싹 사라졌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국내 증시도 금융위기 전 수준이 1500선을 바라보는 등 상황이 호전되면서 여의도 증권가에 다시금 IB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 증권사 사장은 'IB전문가'(?)
9일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은 여의도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대우증권 위상에 비해 다소 부족했던 IB 부분을 산업은행과 힘을 합쳐 그 위상을 높이고 한국대표 IB로 발돋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영 사장의 경우 삼성증권과 IBK투자증권 재임시절 IB본부장까지 역임했던 IB전문가로, 여의도 증권가 안팎에선 이번 대우증권의 임 사장 영입을 IB부문의 강화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브로커리지(위탁 매매)의 최강자 키움증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3일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은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다소 보수적으로 운영해 오던 IB와 PI(자기자본투자) 역량을 강화해 키움증권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사장은 상공부(현 지식경제부)와 다우기술을 거친 인물로 증권업계와는 큰 인연이 없다. 그러나 다우기술 시절 인수합병(M&A) 등에 두각을 나타내 키움증권측에서 IB역량 강화 차원에서 권 사장을 영입했다는 말들이 나온다.
지난 3월 선임된 이휴원 굿모닝신한증권 사장 역시 리스크 관리와 IB부분에 강한 인물로 관련 업계에 알려져 있다.
◇ IB, '키워야 한다' vs '아직은 글쎄..'
이를 놓고 증권업계는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마당에 IB부분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입장으로 갈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업계가 크기 위해선 IB는 꼭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하며 "미국 등 선진국가에선 IB부분이 위축됐지만, 국내에서 이것이 오히려 기회"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리먼 브러더스는 파생상품이나 PI에 과도한 투자로 인해 무너졌다"며 "최근 일고 있는 국내 증권사 IB는 한국형 IB로 회사채 발행이나 해외 기업공개(IPO), 채권 등에 투자하는 IB가 될 것"이라며 최근의 움직임에 기대감을 내보였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목소리도 있다.
아직은 IB를 키우기엔 시장 상황이 열악하다는 설명인데, 브로커리지 등 자사가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을 더 키워 최고로 만든 뒤 IB사업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존 경쟁력 강화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무엇보다 우선 순위라는 주장이다.
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empero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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