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은 인공지능 플랫폼 왓슨을 의료 분야 중 암환자 맞춤형 치료 프로젝트에 적용하고 있다. 사진/IBM 홈페이지
인공지능의 현실화가 성큼 다가왔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통신과 인터넷이 융합되고 빅데이터 축적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인공지능:파괴적 혁신과 인터넷 플랫폼의 진화'란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이 자연어 처리, 딥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한 외부 인지 등 여러 방면에서 진전을 보이며 실제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미래 인터넷은 단순 정보 콘텐츠 접근에서 더 나아가 모든 산업의 생산성 향상 도구이자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공지능 발전의 중심에는 인터넷이 있다. 인터넷에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분석해 다시 인터넷을 통해 지능적인 서비스 형태로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령 질병의 전개과정에 대한 통계 모델을 질병 치료에 활용하거나, 도로·운송 네트워크의 작동 모델을 무인차에 적용하고, 개인 자산 정보와 다른 금융 데이터를 결합해 컴퓨터에 의한 투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최계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공지능이 빅데이터에 기반해 수많은 현시적 문제를 해결하는 범용기술로 자리 잡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외부세계를 인식하고 정보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적용 분야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높은 시장성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시장은 정보보호, 클라우드컴퓨팅 등 소프트웨어(SW) 관련 분야의 다른 어느 시장보다 성장률이 가파른 것으로 분석된다. IDC에 따르면 세계 인공지능 시장규모는 2015년 약 1270억달러, 2017년 약 1650억달러로 전망된다. 또 영상처리 세계시장 규모는 2015년 약 765억달러, 2017년 약 1090억달러로 예상되며, 음성인식 시장규모는 2015년 약 840억달러, 2017년 1130억달러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맥킨지는 2025년 인공지능을 통한 지식노동 자동화의 파급효과가 연간 5조2000억달러에서 6조7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성장 가능성에 글로벌 IT 기업들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구글은 인공기능 기술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영국의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약 6억달러에 인수했다. 이와 별개로 음성인식 서비스인 구글나우, 완벽한 문장을 사용해 사진 속 장면을 묘사할 수 있는 이미지 물체에 대한 자동 태깅 등 인공지능 기술 연구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페이스북도 인공지능 기술을 통한 이미지 인식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인공지능의 대가 얀 레쿤 뉴욕대 교수를 영입하고 인공지능연구소를 개설하면서 딥러닝 기술개발을 본격화했다. 페이스북이 공개한 새 SW 딥 페이스는 두 장의 각기 다른 얼굴 사진이 같은 사람인지 식별해 내는 것으로 페이스북이 저장하고 있는 수억 장의 사용자 얼굴 사진과 사진에 붙어 있는 태그 데이터가 이런 SW 개발을 가능케 했다는 평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디지털 개인비서 '코타나'를 선보였다. 코타나는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상호작용하며, 자신을 거쳐 가는 모든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성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면서 사용자가 진정으로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습득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타나가 검색 엔진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될 경우,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 특정 주제에 대해 사용자와 코타나 사이의 심도 있는 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IBM은 인공지능 플랫폼 왓슨으로 공략 중이다. 왓슨은 3자에게 개방해 새로운 프로그램과 연동하거나 데이터를 주고받고 학습하면서 스스로 진화한다. 특히 암 환자의 몸에서 발견된 종양의 이미지와 종양에서 포착된 유전자 정보 등을 통해 암의 악성 여부를 판단하고, 치료법을 제안하는 등 의료 서비스에도 활용되고 있다.
활발한 해외와 달리 국내 인공지능 관련 기술 수준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5년간 소프트웨어 투자액 6053억원 중 데이터베이스와 인공지능 관련 투자는 3%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컴퓨팅 수준도 미국을 100점으로 봤을 때 우리는 73.1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계영 선임연구위원은 "투자확대, 의료·교육·금융 등 미래 플랫폼에 인공지능 컴퓨팅 서비스 적용 시 관련 법제도 개선방향 정립, 공공서비스에 인공지능 장기적 도입 등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며 "한국인 게놈 데이터 등 가치 있는 데이터 축적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해 의료·헬스·신야갸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