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부품 업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룡(70) 의원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5년에 벌금 6000만원, 추징금 1억6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조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이승련)는 21일 조 의원의 특가법상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에 벌금 6000만원, 추징금 1억6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뇌물공여자 철도부품 업체 삼표이앤씨 전 대표 이모(65)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 의원의 스케줄을 전부 아는 사람도 아닌 이씨가 특정 날짜와 장소를 지목하면서 조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조 의원은 이를 부인하면서도 알리바이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씨가 당시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많은 행적을 남겼던 조 의원에 이같은 공격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씨가 쉽게 깨질 수 있는 날짜와 장소를 특정해서 그런 진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이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에서 퇴임한 뒤 국회의원에 출마해 삼표이앤씨로부터 1억원의 정치자금을 받고 당선 이후에는 국회 소관 상임위 이해관계자인 삼표이앤씨에게 소송비용 등을 명목으로 6000만원을 추가로 받아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조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헌법상 부여된 청렴의무를 저버리고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면서 "그러면서도 당심에 이르기까지 변명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조 의원이 이모 삼표이앤씨 전 대표로부터 2012년 11월과 2013년 7월 각각 3000만원씩 총 60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판단을 달리 했다. 이 같은 혐의를 각각의 죄로 판단(실체적 경합)한 원심과 달리 당심은 두 사건을 하나의 죄(포괄일죄)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두 차례 뇌물을 공여한 자가 동일하고 조 의원의 지위 또는 삼표의 현안도 바뀌지 않았다"며 검찰 측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검찰 측은 지난달 2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지난주 또 다른 철도비리 사건인 송광호 의원의 항소심에서 포괄일죄가 인정된 것처럼 포괄일죄가 이번 사건에서도 적용돼야한다"며 징역 9년에 벌금 1억2000만원, 추징금 1억60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조 의원은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에서 퇴임한 직후인 2011년 12월부터 2013년 7월에 철도부품업체 삼표이앤씨로부터 1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등)로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조 의원에게 징역 5년과 벌금 6000만원, 추징금 1억60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형이 확정될 경우 조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다만 당시 재판부는 2011년 12월8일 현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에는 해당하지만, 조 의원이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재직 당시 삼표에 특혜를 줄 것을 지시를 하고 퇴임 후 이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려워 사후수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철도 납품 비리에 연루된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이 검찰에 구속된 지난해 8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