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3시에 시작된 남북 고위급 접촉이 만 하루를 넘겨 24일 오후까지 접촉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남북간 협상에서 이른바 ‘무박 2일’ 협상은 다반사였지만 이틀에 걸쳐 밤을 새고 사흘째 마라톤협상을 벌이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전날 오후 3시30분부터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북한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조선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이틀째 협상에 돌입했다. 양측은 앞서 지난 22일에도 접촉을 가지고 9시간 45분간 철야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이처럼 남북접촉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은 지난 4일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20일 서부전선 포격도발과 관련한 책임문제에서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지뢰 및 포격 도발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며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 즉각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 측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주체를 명시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 등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이산가족 상봉과 북측이 요구하는 5·24조치 해제, 한미합동군사연습 중단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판이 깨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협상이 깨지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 양측 모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종 결론도출에 대한 남북의 의지가 강하다는 방증으로, 협상 사흘째인 오늘 모종의 합의가 나오거나 양측이 일시 휴식을 갖고 재차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남북접촉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회담의 성격은 무엇보다도 현 사태를 야기한 북한의 지뢰도발을 비롯한 도발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가안보와 국민안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북한이 도발상황을 극대화하고 안보에 위협을 가해도 결코 물러설 일이 아니다”며 “매번 반복돼왔던 이런 도발과 불안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북한의 그 어떤 도발도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번에 대화가 잘 풀린다면 서로 상생하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