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렌드) 미래 전력시장 뒤흔들 '전기혁명'

미래 전기의 핵심은 '저장'과 '무선전송'

입력 : 2015-09-21 오후 12:51:19
전기에너지 저장 시스템, 무선 전력전송 등 미래 신기술을 통한 이른바 '전기혁명'이 예고되고 있다. 대규모 발전과 장거리 송전에 따른 비효율, 저장 불가 기인한 구조적 문제를 극복한 새로운 전기시스템 도입은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와관련, 산업연구원(KIET)은 '미래 전기시스템: 패러다임 변화와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전기시스템의 미래와 산업·경제적인 측면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2012년 전력 사용량이 1970년의 60배, 2000년의 두배에 달하지만 전력 시장은 여전히 비효율적인 측면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규모 중앙집중형 발전 방식에 따른 장거리 송전과,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항상 예비율을 유지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수급구조로 인해 에너지 절감에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다. 소비자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규정된 품질의 전기에너지를 구매할 수 밖에 없는 독점적이고 경직된 공급구조하에 놓여있다.
 
전력시장 구조 자체도 문제지만 전기에너지의 치명적인 단점은 저장이 안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여분의 전기에너지를 기계, 전기, 화학, 열 등 다양한 형태로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Energy Storage System)이 개발되고 있다.
 
전기에너지 저장이 가능해지면 정전 피해 최소화, 신재생에너지 활용, 스마트그리드 구현, 전기차 활성화 등 전기가 이용되는 여러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특히 태양광, 풍력 등 간헐적 신재생에너지의 확산이 ESS의 수요를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기에너지 저장기술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성능 대비 가격이 비싸고, 자유로운 전력거래가 어려워 상용화 단계까지는 상당시간이 걸린다.
 
무선전력전송(Wireless Power Trasmission)도 '전기혁명'의 한 축이다. 무선전력전송이란 전원 케이블 없이 전기에너지를 무선전송하는 기술이다. 이 개념은 1900년 초에 등장했지만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활용되지 못하다가 2007년 자기공명방식이 개발되면서 빛을 보게됐다.
 
무선전력전송은 주로 스마트폰, 노트북, 가전기기, 전기차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전자제품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전력 공급에 필요한 각종 케이블과 여분의 배터리가 필요 없어지고 안전사고도 미연에 방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심우중 산업연구원 미래산업연구실 연구위원은 "무선전력전송은 전송거리, 전송용량 등 기술적 문제, 주파수 할당 등 제도적 문제와 인체 유해성 등 사회적 문제와 연관되는 점만 극복하면 현실화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동성(Mobiliy)를 기반으로한 새로운 전기시스템은 소수의 전기생산자와 다수의 소비자로 이분화된 전통적 시스템을 깨고 양방향 구조를 실현할 수 있다. 전기에너지 활용 패턴이 매우 다양해지면서, 에너지의 효율적 활용을 도와주는 에너지관리서비스업 등 전력사업 이외의 분야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전기시스템이 이보다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전기차 배터리는 가정용 전기 저장공간이 될 수 있고, 산간 도서지역의 전기공급이나 화재, 정전, 지진 등 재난 상황 대비도 쉬워진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전기 운송수단도 새로운 전기시스템 인프라를 토대로 보급이 확대될 수 있다. 그간 전기 운송수단은 유지비용이 낮고, 친환경적인 장점이 있었지만 비싼 가격, 부족한 충전인프라, 짧은 주행거리 등으로 보급이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선진국에서 보급확대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망은 밝지만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많다. 경제성, 신뢰성, 안정성이 아직 기존 전기시스템을 대체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효과적인 서비스를 위해서는 개별 기술들이 하나된 시스템 하에서 움직이며 표준화 및 상호운용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에너지 연구·개발은 기술분야에 따라 별도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어 시너지 창출을 위한 통합연구도 미흡하다.
 
시장측면에서는 비교적 높은 초기 설치가격이 문제로 꼽힌다. 1MW 규모 ESS시설을 설치하면 연간 1억4000만원이 절감되지만, 설치비용이 약 17억원에 달해 원가 회수에 13년이 걸린다. 심 연구위원은 “에너지저장 또는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활용해 에너지소비 절감시 인센티브를 주거나 저장된 여분의 전기 재판매를 통해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5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28회 세계 전기자동차 전시회'에서 관람객이 전기차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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