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에서 지분만 담합한 건설사에 대해서도 향후 '낙찰 받을 건설공구에 관한 합의'를 금지시킨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처분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한진중공업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시정명령 중 '낙찰 받을 건설공구에 관한 합의'를 금지하는 부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가담한 담합은 4대강 사업의 전체 공사 물량을 지분율로 할당하는 합의이고 공구 배분 합의는 이 지분 담합에 기초해 4대강 사업 전체 공사 중 1차 턴키 공사의 13개 공구에 관해 낙찰받을 건설공구를 할당하는 합의로서 양자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밝혔다.
또 "건설사들 참여가 대부분 입찰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정부 또는 공공기관의 건설공사 특성상 ‘낙찰 받을 건설공구에 관한 합의’는 ‘전체 공사의 지분율에 관한 합의’와 함께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의 대표적 수단 중 하나이자 ‘전체 공사의 지분율에 관한 합의’를 구체화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낙찰 받을 건설공구에 관한 합의’는 원고의 지분 담합과 동일한 유형의 행위로서 가까운 장래에 반복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피고의 시정명령은 정당하다"며 "‘낙찰 받을 건설공구에 관한 합의’와 관련한 원고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의 시정명령을 취소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명박 정부가 2007년 12월부터 '한반도 대운하건설사업'을 추진하자 현대건설 등 시공능령평가액 기준 상위 5개사는 2008년 1월 대운하 사업 추진을 위한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한진중공업을 비롯한 하위 9개사도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가 이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건설사 14개사로 구성된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현대건설 15.4%, 대림산업, 대우건설, 삼성물산, 지에스건설 등 4개사는 각 14.4%, 한진중공업 등 나머지 9개사는 각 3.0%로 나누기로 합의했고 이후 대운하 사업이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전환된 뒤에도 합의를 유지했다.
조달청은 2009년 2월 4대강 사업 선도사업인 금강 1공구(금남보) 공사를 입찰 공고했고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참가한 대우건설이 낙찰 받았다. 이후 확정된 4대강 사업 1차 턴키(Turn-Key) 공사 15개 공구 입찰에서도 한진중공업을 제외한 컨소시엄 참가 건설사들이 담합해 8개사가 13개 공구 공사를 낙찰 받았다.
이에 공정위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비롯한 19개 건설사가 담합한 것으로 보고 한진중공업을 포함한 해당 건설사에게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피심인들 사이에 지분이나 낙찰 받을 건설공구를 합의하는 방법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시정명령을 처분했다.
이에 한진중공업이 자사는 담합 한 적이 없을뿐더러 직접 참가하지 않은 낙찰 받을 건설 공구에 관한 합의까지 금지시킨 시정명령은 위법해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원심은 한진중공업의 지분 담합은 인정했지만 낙찰 받을 건설공구에 관한 합의에 대한 담합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한진중공업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 부분 시정명령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한진중공업과 공정위 쌍방이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