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크라우드 펀딩, 새로운 투자 대안이 될 것인가

입력 : 2015-09-30 오전 6:00:00
연일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크라우드 펀딩 법, 정확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벤처 스타트업(신생기업)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들은 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도록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란 기대에 경제 살리기 법안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저금리 시대에 새로운 투자처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과연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 대안이 될 것인가? 금융기관이 아닌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투자하게 된다면 어떤 점이 다를까? 인터넷에 투자 이력을 공개하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을까?
 
영화 ‘연평해전’은 부족한 제작비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자 받았다. 수천 명의 크라우드 펀딩 투자자들은 영화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영화 관람권을 받았다. 기존 투자의 경우, 투자자들은 금융기관에 투자를 맡기고 본인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지만,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자신의 투자 여부를 공개하거나 비공개 설정할 수 있다.
 
다수의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을 해서 이 자금이 모여 투자 자금이 확보되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이전 투자자들의 투자 정보는 다른 투자자들에게는 투자 결정에 매우 중요한 정보로 작동한다.
 
최근 경영정보 분야의 실증 연구에 따르면 크라우드 펀딩에서 투자자들이 투자에 참여했다는 정보를 공개 또는 비공개 설정하는 것이 투자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저소득 취약계층의 아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겠다는 사업에 투자를 한다고 하자. 좋은 취지의 사업이니 투자에 참여하겠다고 결심을 했는데 막상 내 이름과 투자 금액을 인터넷에 공개한다면 얼마나 투자할까 고민되지 않겠는가.
 
또 이전에 투자한 사람들의 이름과 금액을 본다면 아무래도 내 투자 결정도 거기에 영향을 받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는지 싶다.막상 투자를 하려할 때 내 투자 정보를 공개할지 말지를 정하는 화면이 뜬다면 복잡한 생각이 들 것 같다.
 
너무 조금 투자한다면 창피할까 또는 “짠돌이”처럼 보일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투자를 해서 이 사업이 잘 되게 하려면 주변에 내 투자를 널리 알려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고민스러울 것이다.
 
미국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실험을 통해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렇게 투자 정보를 공개하거나 비공개하는 선택권이 있는 것이 그렇지 않을 경우와 비교했을 때 약 5% 정도 투자 참여율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하지만 각 투자액은 약 $6 정도 줄어드는 결과를 얻었다. 자신의 투자 이력을 공개하는 것이 투자에 참여하는 데에는 더 도움이 되지만 평균적인 투자 금액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아무래도 투자 정보를 공개할까 생각하다 보면 투자에는 좀 더 참여하게 되고 주변 시선을 고려해서 큰 금액 투자는 줄어드는 것이다. 사업의 내용을 분석해 본 결과, 정치, 종교, 교육, 환경 분야의 사업이 공개 정보 설정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공성이 공개 정보 설정과 높은 연관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공성이 높은 사업이라면 크라우드 펀딩이 효과적인 투자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크라우드 펀딩 사업자는 이 투자정보 공개 기능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체면을 중시하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투자자들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속성과 투자자 성향을 고려한 투자 프로세스를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 많은 정보를 공개하여 홍보효과를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최소한의 정보만을 공개하여 소신 있는 투자를 유치할 것인지, 적정한 수준의 정보공개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투자를 받고자 하는 공공성 높은 사업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투자자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투자이력 정보를 아예 공개로 설정하거나 큰 금액의 투자자들을 전면에 홍보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하지만, 소액 투자가 주를 이룬다면 비공개 설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또 공개된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투자자와 쉽게 연락을 할 수 있으니 재능 기부나 자원 봉사와 같은 비금전적 투자 유치 활동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크라우드 펀딩이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여 경제 살리기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   smjeon@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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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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