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안개 속을 걷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 모두가 불확실성과 변동성 확대에 지쳐가고 있다. 하반기가 시작되며 글로벌 유동성 변화의 출발점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 금리인상 결정은 여전히 미뤄지고 있다. 그 어느 때 보다 인상 가능성이 높았던 9월 회의에서도 현행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자 금융 시장은 과거에 보여줬던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관심과 안도 대신 오히려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신과 의심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 시간을 돌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가까워지던 상황을 되돌아 보자. 긴축발작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금리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클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미 8월 글로벌 주식시장 폭락 상황까지 보았으니 그러한 공포감은 당연했다. 그런데 오히려 FOMC가 임박해지는 시점부터 금리 인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감내할 능력을 갖추었다는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9월 금리인상을 예상했고, 주식시장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현실은 동결, 시장은 잠깐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는 걱정이 더 커져가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선 첫 번째 금리인상이 10월이냐 12월이냐를 두고 시장의 고민이 다시 커져가고 있다. 지난 8월과 9월 느꼈던 불확실성을 다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큰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물론 조심스런 미국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다. 게다가 일부 국가의 경기여건이 악화될 경우 비난의 화살은 미국을 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 영향의 정도는 이제 시점보다는 경제의 펀더멘털 차이로 해석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은 어느 쪽일까? 좋은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무방비 상태는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은 미국 금리인상 결정을 견뎌낼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금리인상이 10월인지, 12월이 될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아니, 이제는 그 중요성이 많이 떨어졌을 것이다. 한 국가의 경제가 완전고용에 다가서고 2%를 상회하는 경제성장, 1% 이상의 물가 상승을 유지할 때 제로 금리를 지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칫 장기간의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위험에 빠질 확률도 있는데다 미래의 물가 상승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저금리 지속 보다는 금리를 정상화 시키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과거 금리인상 국면의 부작용들, 즉 경제활동 주체의 기대 심리가 위축된다는 것을 시장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다가오는 금리인상 결정은 경제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일부에선 유동성 거품에 대해 걱정하고 있지만 회복기에 접어든 실물 분야에서 과잉 소비와 생산이 보이지 않아 통화정책 변화의 역풍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금리인상이 결정되면 투자자 관심은 자연스럽게 다음 인상시점으로 넘어갈 것이다. 그런데 추가 인상 속도를 예측하는 데 조급할 필요는 아직까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유로존 경제의 회복이 일부 확인되고 있지만 현재의 회복세가 내년에도 이어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경제에 대한 걱정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블름버그 조사에 따르면 미국 경제학자들은 오는 2016년과 2022년 사이의 미국경제 침체 진입 시기를 묻는 질문에 앞으로 3년 뒤인 2018년을 지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우려하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나 기간 역시 상당히 완만하게 진행되거나 혹은 수년간에 걸쳐 장기화될 것 까지는 아직 예상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오히려 한국 주식시장 입장에서 보면 선진국 경기둔화가 자산시장의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는 밖으로 투자시선이 옮겨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국 통화정책 변화가 선진국 금융시장을 압박한다고 해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금융시장이 휩쓸릴 것으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특히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글로벌 투자자본의 이탈 현상에 휩쓸리지 않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대상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일의 걱정 섞인 전망보다는 오늘의 시장에 적응할 시점으로 보인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