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더 폰'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기발한 상상력

입력 : 2015-10-15 오전 12:08:42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사랑하는 아내가 죽었다. 아내와의 약속을 지켰다면 아내가 강도에게 무참히 살해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남편은 자책감에 1년 동안 무기력한 삶을 산다. 1년이 지나고 남편은 아내를 잃은 슬픔을 훌훌 털고 새롭게 일을 시작하려 한다. 그간 무심하게 지냈던 딸과는 저녁에 고기를 먹자고 약속도 했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려는 순간 죽은 아내의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다. "자기, 차 키 어디에 놓은거야?" 아내가 죽었던 1년 전 그날 오전에 나눴던 대화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아내는 어떻게 전화를 한 걸까. 아내가 말한다. "2015년이라니, 지금 2014년이야."
 
영화 '더 폰' 손현주 스틸컷. 사진/NEW
 
새 영화 '더 폰'은 1년 전 죽은 아내 조연수(엄지원 분)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고동호(손현주 분)가 과거를 되돌리고 아내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단 하루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신인 김봉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영화는 시공간을 넘나든다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출발한다. 2014년의 연수와 2015년의 동호가 휴대전화를 통해 대화를 나눈다는 판타지가 영화의 바탕이 된다.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촘촘한 구성과 연출 덕에 리얼리티를 갖는다. 독특한 소재와 현실감이 조화를 이루면서 러닝타임 내내 긴박감을 유지한다. 아울러 굳이 싸울 이유가 없는 40대의 두 남자가 권력 욕심 때문에 서로 부딪히게 된다는 비판적인 메시지도 눈에 띈다. 신인 감독의 입봉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고동호 역을 맡은 손현주의 연기력은 영화의 현실감을 부여하는 데 일조한다.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고 혼란스러워하는 과정부터 현실임을 깨닫고 아내를 구하기 위해 내달리는 그의 모습은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그의 눈빛과 표정으로 인해 영화가 판타지임에도 현실처럼 여겨진다. 
 
영화 '더 폰' 엄지원 스틸컷. 사진/NEW
 
조연수 역의 엄지원 역시 아내와 엄마로서의 연기를 자연스럽게 펼친다. 오랜 기간 드라마와 영화에서 쌓은 내공이 영화에서 드러난다. 남편 손현주와 전화통화만으로 호흡을 맞추지만 전혀 어색함이 없다. 거대한 권력의 사주를 받고 연수를 살해한 도재현 역의 배성우 역시 훌륭한 악역 연기를 펼친다. 영화마다 웃음으로 무장한 채 등장했던 배성우지만 이번만큼은 묵직한 정공법으로 관객들과 마주한다. 영화 첫 주인공으로서 매우 성공적이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독특한 소재인 데다가 속도감이 있다 보니 영화를 이해하면서 따라가기가 다소 어렵기는 하다.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를 빠르게 해석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 있어서는 난해할 수 있다. 비록 어렵기는 하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와 주요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 감독의 뛰어난 재능 덕에 강렬한 여운이 남는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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