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신화' 강덕수 전 STX회장 항소심서 집행유예 석방(종합)

분식회계 혐의 부분 모두 무죄

입력 : 2015-10-14 오후 4:00:11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던 강덕수(65) 전 STX그룹 회장이 항소심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을 깨고 강 전 회장의 회계분식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상준)는 14일 특정가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강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1심이 주요 증거로 삼았던 김노식(60) 전 STX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김 전 CFO는 1심에서부터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강 전 회장과 홍경진(63) 전 STX조선해양 부회장 등이 STX조선해양의 2008 내지 2012 회계연도 회계분식을 공모했다고 진술해 왔다.
 
재판부는 "이번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STX조선해양의 회계·외환분야 담당 김 전 CFO가 강 전 회장에게 구체적으로 환 관리 실패에 따른 손해액을 보고한 바가 없으며 자신의 회계운영과 외환관리에 관한 실패를 그대로 보고했을 경우 돌아오는 불이익을 두려워한 나머지 정확히 진상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새롭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강 전 회장과 홍 전 부회장이 2009년도부터 환헤지 실패를 숨기려고 이를 묵시적으로 공모해 해당 연도 회계분식을 저질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김 전 CFO가 2009년 1월과 2월에 갑자기 강 전 회장과 홍 전 부회장이 회계분식을 공모했다고 진술한 부분은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2008년도 회계분식 동기에 관한 증거가 없는 이상 그 이후부터의 회계분식 혐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강 전 회장의 분식회계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다만 홍 전 부회장의 2010 회계연도 분식회계 부분은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강 전 회장의 STX조선해양 관련 2009년 6월~2012년 3월 동안 이뤄진 9000억원 사기대출 혐의와 2009년 5월~2012년 9월 1조7500억원 상당의 사기적 부정거래로 인한 자본시장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본 1심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의 2011년 3월 STX그룹의 경화동 공사선급금 가장해 231억원 부당지원한 혐의에 대해선 1심과 달리 유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강 전 회장과 변용희(62) 전 STX그룹 CFO는 당시 경화동 사업을 실제로 추진할 의사가 있었다기보다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STX건설을 지원할 목적으로 STX건설과 공사 사업계약을 체결해 231억원의 선급금을 지급했는데 이는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만일 STX그룹이 STX건설이 아닌 제3의 건설서와 공사계약을 체결했다는 이같은 거액의 선급금을 지급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특히 STX그룹은 STX건설이 선급금을 공사금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채무 변제를 사용할 것을 아는 상태에서 이를 지급했다는 점이 인정돼 경영판단의 원칙에 의하더라도 임무위배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함께 기소된 김 전 CFO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자신의 환관리 실패를 숨기려고 배신적인 행동을 해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쳤음에도 그 죄책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홍 전 부회장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변 전 CFO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모(51) 전 STX 경영기획본부장은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권모(57) 전 STX건설 경영관리본부장은 항소가 기각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아울러 이희범(66) 전 STX중공업·STX건설 회장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을 비롯한 STX 계열사 주요 임원들이 각자 관여한 배임, 사기, 회계분식 행위 등은 그 자체로 규모도 크고 국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하면 국민들에게 각성 촉구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강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경우엔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 그룹 회장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개인적 이익을 직접적으로 의도한 행위 등이 전혀 발견되지 않으며 그룹 정상화를 위해 개인재산을 출자해 채무 변제를 위해 노력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재판부가 푸른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강 전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방청석에선 큰 환호가 터져나왔다. 강 전 회장도 방청석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앞서 강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2조3264억원에 이르는 회계분식을 저지르고 회사자금 557억원을 횡령하는 등 STX그룹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배임 등) 등으로 구속 기소됐으며, 1심은 강 전 회장의 혐의 상당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강덕수 전 STX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강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이 선고됐으나 이날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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