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문 잉크도 안 말랐는데'…또 임금삭감 압박

"상위 10% 동결하면 11만 신규채용"
노동계 "노동자 희생치만 기준 삼아"

입력 : 2015-10-15 오후 3:55:53
노사정 합의문의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단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또 다시 민간부문에 노동자 임금 삭감을 압박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5일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한국인사조직학회, 한국인사관리학회 등 3개 학회와 공동으로 5개 업종(금융·제약·조선·도소매·자동차부품) 임금피크제 모델안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서는 한국노동연구원 정진호 선임연구위원이 고용부 기자실을 찾아 ‘상위 10% 임금인상 자제에 따른 고용효과 추정’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발표했다.
 
정부 발표안의 핵심은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자제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먼저 임금피크제 모델로는 정년 노동자들의 임금을 단계적으로 10~50% 삭감하는 안들이 제시됐다. 삭감폭이 가장 큰 업종은 금융업이다. 숙명여대 경영학부 권순원 교수가 내놓은 안에 따르면 기존 정년 이전부터 은행은 40~50%, 보험 등은 25~30%의 임금이 조정된다.
 
아울러 노동연구원은 상위 10% 임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할 경우 2024억원의 인건비가 절감돼 월급여 225만원의 정규직 9만1545명을 신규채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신규채용 규모는 11만2729명으로 늘어난다. 이는 업종별 격차에 관계없이 모든 업종에서 임금이 동결되고, 절감된 인건비가 모두 신규채용에 사용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임금피크제 모델안 발표와 관련해 한국노총은 “모델안을 마련하기 전에 노사정 공동으로 어떠한 토론의 과정도 거치지 않았으며, 이날 발표회도 정부와 학회만 참석해 도둑 장례 치르듯 진행했다”고 반발했다. 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대해서도 한국노총은 불가능한 전제들을 기초로 기업의 기여 부분은 생략한 채 노동자의 희생치만 산정 기준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전국공공운수노조와 전국공공연구노조, 의료연대본부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임금피크제 강요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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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