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21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경제 회복을 지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금리를 역사적으로 낮은 현상태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버냉키는 현 시점에서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을 논의하는 게 시기상조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출구전략 논의가 불거지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국채시장은 이날 버냉키 의장이 출구전략보다는 양적완화정책 유지 쪽에 무게를 두자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주식시장도 안도감에 랠리를 펼쳤다.
사실 미국의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적극적으로 펴긴 녹록하지 않은 상황. 버냉키 의장도 이날 결국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냉키는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을 통해 출구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모습을 보여 시장을 헷갈리게 했다. 버냉키의 속내는 뭘까.
버냉키 의장은 내년 1월에 임기가 끝난다. 아직까지 버냉키의 연임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버냉키는 의회 증언에서 경제 상황도 물론 감안했겠지만 무엇보다도 의회의 비판을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한 버냉키 의장은 통화정책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우선 "경제가 아직 취약한 상태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경제 회복을 지지하는 쪽으로 통화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버냉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경제 조건을 고려할 때 예외적으로 낮은 수준의 연방 금리를 당분간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날 버냉키 의장은 7000억달러에 달하는 금융 구제 자금과 경기부양안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의회에 맞서 FRB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올 가을 재선거를 앞두고 있는 하원 의원들은 그 때에도 경제가 계속해서 취약한 모습을 보일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버냉키는 FRB가 금리를 보다 높은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그리고 늘어난 통화량을 감소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방안들을 갖추고 있다며 출구전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버냉키는 "FRB가 대중과 시장이 금융 위기와 경제침체에 대비해 취했던 비상 정책 수단이 적절한 시기에 철회돼 인플레이션 위협을 피할 수 있다고 믿는 게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버냉키의 증언과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은 양적완화정책이 유지되면 출구전략 논의 자체가 사그라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FRB가 믿을 만한 전략을 내놓기만 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회가 정책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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