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 "한국의 리더가 세계의 리더"

입력 : 2015-10-29 오후 2:28:36
[뉴스토마토 류석기자]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회장이 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구글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첫 방문이다.
 
슈미트 회장은 29일 서울 삼성동 구글 캠퍼스서울에서 한국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스타트업의 미래와 글로벌 전략'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슈미트 회장은 구글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기술로 머신러닝(기계학습)을 꼽았으며,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머신러닝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보라고 조언했다.
 
또 한국과 같이 네트워크가 잘 발달된 국가에서는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큰 기술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여성들의 사회 진출 확대가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구글 혹은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궁금한점을 질문하고, 슈미트 회장이 답변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에릭 슈미트 회장이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구글코리아
 
다음은 에릭 슈미트 회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에 아시아 최초의 구글캠퍼스를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구글은 한국에 모여있는 최고의 인재들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구글이 한국에서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서울에 구글캠퍼스를 설립하게 됐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 커뮤니티가 더 빠르게 성장하길 기대한다. 또 한국은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이 가장 잘 돼있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내가 갖고 있는 비전 이미 달성한 것 같다. 이런 강점을 갖고 뭔가를 더 만들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인생은 참 짧다.(웃음) 인생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나이가 들었을 때는 많은 위험부담을 갖기 어렵다. 그래서 젊을 때 시도를 많이 해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적으로 실패를 용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실패를 해야만 성공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구글의 인수합병(M&A)에는 어떤 전략을 갖고 있나?
 
▲구글의 M&A 대상은 대부분 작은 기업이다. 그리고 비즈니스 자체를 인수한다기 보다는 주로 기술팀과 제품을 인수한다고 보면 된다. 가끔은 유튜브처럼 비즈니스 자체를 인수하기도 하지만 보통의 경우 기술적인 부분을 인수한다. 정말 최고의 기술이 있어야 업계에서 최고의 강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술을 중요하게 본다.
 
-한국 스타트업들은 어떤 글로벌 진출 전략을 세워야하나.
 
▲한국을 좀 더 정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 기업들 가운데 가장 성공한 기업들은 한국에 기반이 있고 한국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한 제품을 만든 거다. 머신러닝, 헬스케어,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시장은 글로벌 시장과 다르지 않다. 한국의 리더가 세계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세계의 리더를 꿈꿔야 한다.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좋은 대학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값싼 임대료의 아파트가 있어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은 돈을 적게 받고도 큰 성과를 내야하는 곳이다. 밤 새서 일해야 하고, 대학에서 발명된 것을 기반으로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헬스케어 기술도 최고이고,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오래 일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러한 것들을 잘 조합하면 한국이 전세계 스타트업의 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5년 전에 모바일을 강조했다. 향후 5년 동안 각광받을 기술은 무엇인가.
 
▲지금은 모바일만으로 모든 것이 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오늘날에도 모바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유효하다. 앞으로 5년 동안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머신러닝 기술이 모든 산업에서 적용될 거라고 예측한다.
 
가령, 지금은 컴퓨터 시력이 사람보다 더 좋아졌다. 그렇다면 왜 우리가 운전해야하나. 컴퓨터가 운전하는 것은 어떤가. 자동차에 컴퓨터를 장착하면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고, 더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 술에 취하거나 피곤할 경우를 생각해봐라. 컴퓨터 시력을 통해 무인자동차를 발전시킬 수 있다. 또 헬스케어 분야도 마찬가지다. 컴퓨터가 의사보더 더 정확하고 빠르게 방사선 결과 이미지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이 앞으로 5년 뒤를 위해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머신러닝에 관심 갖고 있고, 현재 구글에서는 100여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머신러닝이 잘 되려면 데이터가 많아야 한다. 좋은 예는 구글 포토다. 미국에서는 '허그'라는 글을 입력하면 아이들이 엄마와 껴안은 사진들을 찾을 수 있다. 마치 마술같다. 사진을 앱에 올리면 껴안은 사진이라는 것을 기계가 자동으로 아는 것이다. 많은 데이터가 있고 트레이닝 시그널이 있으면 이에 대해 학습을 할 수 있고, 머신러닝 기술의 구현이 가능하다. 네트워크가 잘 발달한 한국이 이 분야에서 강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가장 흥미롭게 보는 스타트업이 있는가.
 
▲어떤 스타트업이 성공하고, 대중들이 좋아해 줄지는 미리 알기 힘들다. 몇년 전 우버에 대해 투자하기로 결정했던 적이 있다. 괜찮은 아이디어 정도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더 더 큰 호응을 얻었다. 지금 우버의 기업 가치가 엄청나다. 우버 다음으로 큰 성공을 거둘 스타트업이 어떤 곳이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 무언가가 대체할 거다. 우버는 스마트폰 구글맵으로 모든 것을 가능케 했기 때문에 위대하다고 생각한다.(웃음)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와 정부주도의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무엇이 다른가.
 
▲실리콘밸리에는 어느 곳에서도 따라오지 못하는 수 많은 스타트업과 VC들이 있다. 때문에, 실리콘밸리 생태계를 모방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왜냐면 전세계 70%의 VC가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생태계 구축에 대해 걱정되는 것은 정부는 많은 위험을 부담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그런데 스타트업들은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정부가 돕고자 한다면 실패해도 용인을 해야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세제 혜택도 주고, 교육 분야에도 적극 투자해야 한다. 그래도, 정부가 주도하는 스타트업 생태계는 위험을 떠안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우려스럽긴 하다.
 
-한국은 보수성이 강하다는 의견이 많다.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특히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기업가 정신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성장을 위해 기업가 정신이 널리 펴저야 할 것이고, 이를 통해 사회 전반의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가 필요하다.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면 한국의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될거다.
 
-당신이 생각하는 기업가 정신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이다. 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지만, 좋은 제품를 갖고 있다면 기업가가 되라고 말하고 싶다. 제품 없이는 기업가가 될 수 없다.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가가 나왔으면 좋겠다.한국은 소수의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작은 회사들이 큰 기업을 압박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류석 기자 seokit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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