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 유통지도 바꾸고 물가 낮춘다

소비자물가 최대 2%p 하락 효과…통화정책에 반영해야

입력 : 2015-11-04 오후 3:56:24
#서울 강남구에 사는 송모씨(30·여)는 5개월 된 아들에게 필요한 아기용품 대부분을 해외직구로 산다. 처음에는 배송 등 우려되는 부분이 많아 반신반의 했지만, 막상 물건을 받아보고 보니 배송도 빠르고 상품 상태도 훌륭했다. 무엇보다 송씨의 마음을 휘어잡은 것은 국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었다.
 
해외직구 열풍이 거세다. 최근 2~3년 내 급증하고 있는 해외직구는 가격과 품목의 다양성 측면에서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있다. 이러한 해외직구가 국내 유통시장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소비자물가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4일 '해외직구에 따른 유통구조 변화와 인플레이션 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해외직구가 직간접적인 가격경쟁 유발을 통해 유통구조 변화를 촉진시키고,인플레이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해외직구란 '해외로부터 직접 구매'의 약자로 국내 소비자가 인터넷 등의 전자상거래를 통해 해외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구입해 국내로 배송받는 형태의 거래를 말한다.
 
최근 해외직구 실적을 보면 지난 2012년 8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6000억원으로 2년 새 2배 이상 급증했다. 해외직구가 국내 재화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0.13%에서 지난해 0.30%로 늘었고, 민간소비에서도 0.1%대에서 0.22%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실제 소비자들은 국내보다 해외직구 가격이 약 30% 이상 저렴한 것으로 체감했다. 또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켜줄 해외구매 전자상거래 여건과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면세 효과도 해외직구 성장세를 견인했다.
 
이러한 해외직구 증가세는 국내 유통구조의 변화를 가져오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최창복 한은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직구는 온라인 유통경로를 추가시키는 효과가 있어 유통경로 간 경쟁을 유발하는 한편 이를 통해 국내 유통경로를 해외 유통경로 수준, 즉 유통단계의 축소와 거래 단순화 등을 자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외직구가 장기적으로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최대 2%포인트 가량 끌어내리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미 외국에서는 수입물가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나온 바 있다. 2006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을 보면 선진국에서 수입가격 하락이 인플레이션에 1998~1999년 -0.5%포인트, 2002년 –0.25%포인트 기여했다.
 
보고서는 해외직구의 물가 인하 압력을 향후 인플레이션 전망에 반영하고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에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최 연구위원은 "정책당국은 과거와 다른 시각으로 현상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해외직구에 따른 소비자물가지수 하방 압력은 수요부진이 아닌 해외로부터의 공급요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 분석기법을 모색해 통화정책 수행 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자료=관세청,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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