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시장에서 우리나라 경쟁력이 힘을 잃고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인 일본이 '엔저'를 무기로 한국 수출물량 잠식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하던 '수출'이 10개월째 내리막길일 정도로 한국 수출이 심각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율에 따른 가격 경쟁력까지 약화되면 한국 경제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8일 현대경제연구원의 '한일 제조업의 대중국 수출단가 및 수출물량 변동' 보고서에 따르면 엔저로 인한 일본산 제조업 품목의 수출 가격이 전반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2013년 1월 엔·달러 환율은 83.0달러에서 올 9월 120.0달러로 30.1% 절하된 반면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1065.4원에서 1184.7원으로 10.1% 절하에 그쳤다. 엔저로 중국 시장에서 달러로 표시된 일본산 제품 가격이 낮아진 것이다.
실제로 HS코드(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 6단위 기준 제조업 2498개 품목 중 일본의 대중국 수출단가가 한국보다 높은 품목 수는 2011년에는 1778개였지만 2014년에는 1540개로 감소했다. 한국은 313개에 459개로 증가했다.
문제는 중국시장이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만큼 일본에 비해 한국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합도는 2013년 기준 0.556이다. 이 수치는 1에 가까울수록 양국간 수출 상품 구조가 유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제조업내 산업별로 보면 모든 산업에서 일본의 수출단가가 하락했다. 특히 석유화학과 금속·비금속 산업에서 일본의 수출단가가 하락한 품목이 많았다. 이는 두 산업이 상대적으로 제품의 질적 차이가 크지 않고 공급과잉이 있는 산업의 특성상 가격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출단가 하락에 힘입어 일본 제조업은 대중국 수출물량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물량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제조업 대중국 수출단가 증가율은 2013년 4.9%에서 2014년에는 -1.8%로 마이너스 전환됐지만 수출물량 증가율은 3.8%에서 -0.3%를 기록해 오히려 마이너스를 보였다. 같은 기간 일본 수출단가 증가율은 -3.1%에서 -0.4%로 하락한 데 힘입어 수출물량은 1.6%에서 1.4%로 증가세를 지속했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입 수요 위축과 더불어 일본의 대중국 수출단가 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 강화로 중국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입지가 위협받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중국경제 성장률 둔화로 수입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대중국 수출단가 하락은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조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의 위안화 환율 변동폭 확대,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 지속 여부 등 국제 금융시장의 리스크 요인들로 인해 앞으로 원화 환율의 급등락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라며 "당국은 미세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등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한 국제 공조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R&D 지원을 확대하고 고부가가치화를 촉진시켜 일본과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새로운 수출시장의 개척을 통해서 일본과의 제3국 수출시장 경합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자료/현대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