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기준금리를 연 1.5%까지 인하한 한국은행이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5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고,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인하보다는 좀 더 지켜보자는 판단에서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12일 오전 10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 방향을 결정한다. 이번달 금통위는 대학수학능력 시험일과 겹쳐 평소보다 1시간 늦게 개최한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과 10월, 올해 3월과 6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총 1%포인트 인하된 후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연 1.5%로 동결됐다.
일단 11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내수 경기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타격에서 벗어나 회복 기미를 보이는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뤄진 4차례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경,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등 정책 효과에 힘입어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2%를 기록, 6분기 0%대 성장률에서 벗어나면서 경기회복세에 힘을 실었다.
특히 2분기 메르스 여파로 위축됐던 민간소비가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키웠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5로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하며 메르스 사태 직전인 지난 5월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국내 경기가 예상했던 경로대로 가고 있고, 소비 개선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추가적인 경기부양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연내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동결 전망에 힘을 실었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5일 "경제가 성장하면서 고용과 물가 지표가 뒷받침 된다면 올해 12월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며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당장 통화정책에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오히려 12월 금통위에서도 동결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서대일 KDB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이번달 기준금리는 동결로 예상한다"면서 "일단 한은이 경기에 대해서는 계속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정책 변화는 없을 것 같고 한달 사이에 평가가 크게 바뀔 만한 요소도 없다"고 말했다.
유선웅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금통위에서 만장일치 금리동결이 예상된다”며 “미국 연내 금리인상이 임박했고 3분기 GDP와 최근 산업활동동향도 지표가 개선돼 정부와 한은이 통화정책을 쓸 유인이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연내에는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지난 10월 수정 경제전망을 보면 올해나 내년에 대한 한은의 전망 수치가 그렇게 나쁜 편이 아니었고, 일단 경제에 대한 한은의 시각 자체가 비관적인 쪽이 아니라서 연말까지는 동결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사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