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일본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사상 최대 폭으로 하락하며 디플레이션이 일본 경제 회생에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3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은 이날 일본의 6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1.7% 하락해 5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1.7%의 하락 규모는 CPI 집계가 시작된 1971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유가 하락과 수요 급감으로 소매물가와 서비스물가가 사상 최대 폭으로 감소했고 밀과 콩, 옥수수 등 곡물 가격도 꾸준히 하락하면서 CPI 감소 폭을 키웠다.
가격 변동이 심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소비자 물가 역시 지난달 0.7% 하락하며 최근 4년래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일본 물가동향에 가늠자 역할을 하는 도교근원물가 역시 전년 동월 대비 1.7% 감소하며 기록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추가 가격하락을 기대하며 지출을 줄이기 마련인데, 가계 지출이 일본 경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계의 소비 감소는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의 소비 감소는 기업의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이 다시 근로자의 임금을 깎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기업들은 12달째 근로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이 같은 물가 하락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야마구치 히로히데 일본은행 부총재는 지난주 "통화정책 운용자들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2~3%대의 인플레이션율에 도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다치 세이지 도이체증권 도쿄 지점 수석 연구원은 "현재 일본의 경기회복 수준이 CPI를 끌어올릴 정도로 견고하지 않다"고 말했다.
세이지 연구원은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내년 회계연도 이후에도 여전히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해 지난 2005년, 10년간의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한 일본 경제가 또 다시 디플레이션 시대에 머무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jjwinw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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