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 잘린다면 누가 싫다 하겠냐"…노동계, 정부 간담회 결과에 빈축

기간·파견 노동자들 "사용기간 연장해야"
실상은 '계속 비정규직' 전제

입력 : 2015-11-12 오후 3:16:46
“새 직장을 구하는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기간이 만료돼 퇴직하기보다는 기간이 연장돼 현재 직장에서 근무하고 싶어 한다.(29·대전·건설업 사무보조)”
 
고용노동부가 최근 진행한 기간·파견제 당사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고용안정을 위해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주재한 파견제도 당사자 의견수렴 간담회도 비슷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는 대다수의 노동자가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에 반대한다는 노동계의 주장과 상반되는 결과다.
 
간담회에서 고용부가 참석자들에 질문한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노동자들에게는 ‘현행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2년)’과 ‘사용기간 연장’에 대한 질문이 주어졌다.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낮은 노동자와 자발적 비정규직 종사자들은 주로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이 고용안정을 헤친다고 답했다. 이는 질문에 ‘사용기간 종료 후 퇴사’, ‘비정규직 상태 유지’가 전제돼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이들의 답변은 어차피 정규직이 못 될 바에야 한 직장에서 오래 머물게 해달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가 12일 노동경제학회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용기간 제한 전인 2001~2007년에도 정규직 전환율은 1.3%에 불과했다. 여기에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 3일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토론회에서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의 대다수가 직장 내 전환이 아닌 이직을 통한 사례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권 교수는 비정규직 채용이 인적자본 축적보다 비용절감을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인건비를 아끼려는 비정규직 채용인 만큼 사용기간과 관계없이 정규직 전환 기회는 사실상 봉쇄돼 있다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는 현장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닫혀있고, 정부도 계약 종료 후 퇴사를 전제로 질문했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된 조건 하에서 나온 답변인 만큼 이를 노동자들의 실제 요구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2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게 좋냐, 아니면 계속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싶냐’고 물어봤다면 반대의 답이 나왔을 것”이라며 “2년 뒤 잘리는데 연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좋다고 답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상시·지속적 업무에 되도록 정규직을 쓰라는 게 기간제법과 노사정 합의의 취지”라며 “정부가 계속 정규직 전환을 지도하고 유도해야 하는데, 기간만 늘리려는 건 의도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전 직장에서 계약기간 만료 후 다른 회사의 계약직으로 재취업한 정모 씨(29·여)도 “4년 안정적이면 뭐하냐. 어차피 계약기간 끝나고 그만두는 건 똑같은 것 아니냐”며 “그렇게 따지면 싼 인건비로 오래 일을 시킬 수 있으니 오히려 회사에서 이익 아니냐. 2년 넘어가면 정규(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게 돼있는 걸 안 지키니까 문제인 거지, 정부에선 다른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오후 중구 서울시방고용노동청 웰컴룸에서 열린 '파견 관련 사업주·근로자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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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