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원래 만 60세가 돼야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노령연금은 필요에 따라 당겨 받을 수도 나중에 받을 수도 있다. 정부가 연금고갈과 노후 빈곤 등을 고려해 노령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나이별로 서로 다르게 늦춰 놨기 때문이다. 물론, 정해진 시기보다 일찍 받을 경우 원래 받는 것보다 6%정도 감액해서 지급하고 거꾸로 늦게 받으면 1년씩 늦출 때마다 연금수령액이 7% 가량씩 늘어난다. 그렇다면 수명까지 고려해서 연금을 미리 당겨서 받을 때와 밀어서 나중에 받을 때, 제 때 받는 3가지 경우 중 경제적으로 유리한 방법은 무엇일까.
장수할 자신있다면 연금수령시기 늦춰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이를 실제 분석해봤더니 장수할 가능성이 크다면 연금 받는 시기를 늦추는 게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가령 1954년생 A, B, C씨로 예를 들어보자. A는 56세 되던 해에 소득이 없어 조기 노령연금을 신청했고, B는 61세부터 노령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했다. C는 연기연금 제도를 활용해 5년 뒤인 66세부터 연금을 받기로 했다. 세 사람이 20년간 납입한 보험료는 각각 2160만원이다. 이들이 은퇴 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매월 연금액은 32만1790원이다.
다만, A는 5년 일찍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했기 때문에 원래 받을 수 있었던 연금액 32만1790원에서 30% 감액된 22만253원을 매월 평생 받게 된다. 반면, B는 원래 연금액 32만1790원을 모두 수령하게 되고 C는 연금액에서 36%증액된 43만7634원을 받는다. 납입원금 회수기간을 보면 A는 연간 270만원 가량 연금으로 받게 되고 이를 감안하면 8년째 되는 63세에 그간 납입한 보험료를 모두 회수한다. 반면, 정상적으로 연금을 받기 시작한 B는 연금수령 후 6년째 되는 66세에 납입한 보험료를 모두 회수할 수 있다. 한편, 5년 뒤 연금수령을 연기한 C는 5년째인 70세에 납입한 보험료를 모두 회수할 수 있다. 원금 회수기간만 보면 C가 가장 짧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인 82세를 기준으로 봐도 가장 늦게 연금수령을 시작한 C가 결국에는 가장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82세가 되는 시점에서 C의 연금수령 총액은 8900만원 정도인 반면, 일찍 연금수령을 시작한 A는 7200만원으로 17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연금누적액도 시기별로 차이가 있다. 시작이 가장 빠른 A가 71세 때까지는 다른 두 사람보다 연금 누적액이 많지만 72세가 되면 A보다 5년 늦게 연금수령을 시작한 B가 역전하게 된다. 76세가 되면 A보다 10년 늦게 연금을 받기 시작한 C마저 A를 넘어선다. 79세가 되면 C는 B도 넘어서 이후에는 격차를 빠르게 벌려가기 시작한다.
연금수령액과 만족감은 달라…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하지만 연금총액만 보고 무조건 수령시기를 늦추는 것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연령별 연금에 따른 상대적 만족감은 나이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71세까지는 A가 가장 많은 연금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만족감이 가장 높고, 72세부터는 B가, 79세부터는 C가 만족감이 높을 수 있다. 서 연구원은 “장수가 보편화된 100세 시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생 후반으로 갈수록 상대적 만족감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노령초반에 소득이 없는 경우라면 적은 돈이라도 좀 더 일찍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조기연금이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결국 각자의 처한 상황과 성향에 따른 문제다. 오래 살 수 있다는 자신이 있으면 연금수급을 되도록이면 밀고, 어려운 복지환경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당기는 것도 괜찮다는 뜻이다. 단, 조기 노령연금은 소득이 없는 경우에만 신청이 가능하므로 일반적인 경우라면 B와 C중에 선택하면 된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