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나 걷기대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행진 중 도로를 4~5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점거했더라도 허용된 범위를 벗어난 행위이고 그로 인해 차량 교통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곤란한 상황이 발생했다면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일반교통방해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모(24·여)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일반교통방해 혐의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임씨 등 다수 집회참가자가 고가차도 옆 차로를 점거하고 행진함으로써 차로를 통행하려는 차량은 물론 고가 밑에 설치된 상수도사업본부 교차로나 경찰청 앞 교차로를 통행하려는 차량의 교통을 방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행진이 관할 경찰서장에 대한 신고 없이 이뤄진 점 등의 당시 사정을 종합하면 임씨 등 집회참가자들의 도로 점거로 인해 비록 단시간이나마 일반 차량의 교통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임씨는 2012년 6월 쌍용차 대책위 증이 주최한 '걷기 대회'에 참가해 다른 참가자들과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로 분리된 충정로역에서 시청역 방향의 고가차도 옆 차로를 점거하고 행진했다.
당시 도로는 철도와 차도가 교차하는 일부 부분에만 인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을 뿐 그 외 부분은 모두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어 설치되어 있었는데 임씨를 포함한 집회 참가자 약 500명이 3개 전 차로를 4~5분간 점거한 채 행진했다.
임씨는 일반교통방해죄와 같은 해 집회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됐으나 1, 2심은 공무집행방해죄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임씨 등의 행위는 차량 통행을 일시적으로 방해하는 정도로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로 보기 여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찰이 상고했다.
대법원.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