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건수제로 전환하기로 한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기준을 건수제와 점수제 중 보험사가 선택하라고 결정하면서 보험업계는 혼란이 일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임종룡 위원장은 할인·할증 기준을 건수제로 일괄 전환하지 않고 건수제와 점수제를 보험사가 선택하라고 결정했다. 이를 두고 손보업계는 '눈치작전'의 시작됐다.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기준 변경은 운전자별 사고위험을 적정하게 반영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이 결정됐다. 작년 금융감독원은 1989년에 도입된 현행 자동차보험 할인·할증제도를 건수제로 개선해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2018년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건수제와 점수제의 가장 큰 차이는 사고에 대한 할증 적용 방식이다. 그동안 유지해왔던 점수제는 사고내용에 따라 0.5점부터 4점까지 차등 적용해 보험료가 할증된다. 인적사고의 경우 사망·상해등급에 따라 1~4점까지 할증점수가 부과되며 1점당 1등급 할증된다. 물적사고는 1점 할증 또는 할인유예(0.5점) 2단계로 구분된다.
반면 건수제는 1회 사고는 2등급, 2회 사고부터는 3등급 할증된다. 연간 최대 할증폭은 기존 12등급에서 9등급으로 축소된다. 또한 보험료 할인을 적용하는 무사고기간은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해 1년 무사고이면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변경된다.
쉽게 말해 점수제는 사고에 대한 정도를 점수로 매겨 할증을 하는 것이고 건수제는 사고의 횟수를 가지고 할증을 하는 것이다. 건수제로 변경하기로 한 이유는 사고예방 효과와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위해서 였다. 하지만 건수제로 변경은 정비업체와 운전을 생업으로 하는 운송·유통업체 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건수제와 점수제를 모두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보험사의 자율을 빙자한 책임 전가라는 의견도 있다. 이렇게 되면 건수제로 변경될 경우 반발이 있던 정비업체와 운송·업체에게도 할 말이 있고 점수제를 유지할 경우 반발이 예상되는 보험사도 잠재울 수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택일 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건수제를 유지하라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제도를 건수제로 바꾸기로 한 취지를 생각해보면 점수제와 건수제 택일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며 "결국 손보사는 당국은 물론 같은 손보사끼리고 눈치를봐 경쟁해야 하는 꼴"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사안에 대해 비판을 우려해 당국이 결정하지 않고 시장에 던지는 꼴 아니냐"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제도를 건수제와 점수제 모두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