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걸그룹 미쓰에이의 배수지는 대중의 기억 속에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아니다. 음악적인 소질보다는 예능이나 연기적인 면에서 더 뛰어났다. 그런 수지가 새 영화 '도리화가'를 통해 판소리에 도전했다. 판소리뿐 아니라 국내 최초 명창이자 당시 최고 권력이었던 흥선대원군의 여자가 된 진채선을 삶을 표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그의 도전에 걱정과 우려를 쏟아냈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도리화가'에서의 배수지는 우려를 기우로 만든다. 안정적인 연기는 물론 판소리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선보인다. 영화 전반의 내용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지만, 수지만큼은 성장했다는 의견이 많다.
진채선을 통해 도전에 나선 수지를 지난 20일 만났다. 그는 '도리화가'에 출연하게 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진채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배수지가 영화 '도리화가'에서 진채선 역을 연기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도리화가'는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었던 조선 말기, 당돌하게 금기를 깨고 온 몸으로 한 맺힌 소리를 내뿜은 명창 진채선의 삶을 다룬다. 수지는 기생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소리를 하고 싶은 꿈을 키워가는 과정부터 명창 신재효(류승룡 분)의 제자가 돼 소리를 배운 뒤 명창이 되기까지의 진채선을 그린다. 스승을 연모하는 감정과 권력자로 인해 이별하는 과정까지 약 10여년의 진채선을 표현한다.
시나리오를 읽고 그의 가슴이 뜨거워진 이유는 진채선과 자신이 크게 닮아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당돌함과 당찬 성격은 물론 가수(소리꾼)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삶까지, 수지는 채선에게서 자신을 봤다고 했다.
"극중에서 보면 채선이가 대범하다고 해야될까요. 어렸을 때 채선이 소리를 배우고 싶어서 신재효를 따라다니고, '왜 계집은 소리를 못하냐'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악바리처럼 소리를 배워가는 모습도 저와 닮았어요. 저에게도 독한 면이 있거든요."
실제로 영화를 보면 수지의 독한 면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전달된다. 폭우를 맞고, 몸에 줄을 매달고 소리를 내지르는 장면이 그것인데, 약 10분 가까이 진행된다. 이종필 감독에 따르면 약 10시간이 넘게 진행되는 폭우 촬영이 끝날 때까지 수지는 단 한 번도 '싫은 티'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 장면을 통해 채선이 소리꾼으로서 도약하잖아요. 저도 채선이 같은 마음이 있었어요. 힘든 촬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순간의 고생보다는 감독님이 원하는 장면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어요. 그런 욕심이 있어서 열심히 한 거예요."
배수지. 사진/CJ엔터테인먼트
수지의 판소리 능력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할 것으로 보인다. 명창이 된 수지의 판소리는 썩 훌륭하다는 느낌을 준다. 놀라운 실력을 선보이기까지, 박애리 명창에게 집중 수업을 받으며 약 1년 간의 고된 싸움을 벌였다.
"판소리가 악보가 있는 게 아니라서 들으며 연습을 해야 했어요. 처음에는 뭐가 다른지 몰랐었는데, 계속 듣다보니 수준의 차이를 알겠더라고요. 틈날 때마다 들었고 연습했어요. 영화가 저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다보니까, 더 도전의식이 생겼어요. 책임감도 생기고요. 정말 잘 해내고 싶었어요."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