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절도죄로 두 번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후 3년 이내에 다시 같은 죄를 저지르면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6일 김모씨가 "특가법 5조의4 6항은 책임원칙에 위반돼 기본권을 님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특가법 5조의4 6항은 상습절도나 특수절도로 기소돼 두 번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후 3년 이내에 다시 같은 죄를 범한 경우에는 형을 단기의 2배까지 가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특가법 제5조의4 제1항 중 절도죄에 관한 부분이 지난 2월 위헌으로 결정된 이후 이를 인용하고 있는 같은 법 6항의 상습절도 부분을 계속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란이 제기돼 왔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위헌결정이 내려진 법률조항은 법전에서 외형적으로 삭제되지 않았더라도 법질서에서 더는 아무런 작용과 기능을 할 수 없다"며 "이 부분은 특가법 5조의4 1항을 인용하고 있는 같은 조 6항의 구성요건으로 기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그럼에도 이 부분이 삭제되지 않은 채 법률 문언상 형식적으로 존재해 수범자 입장에서는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처벌받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없게 됐고, 법률전문가인 법관이나 검사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에 관해 의견이 나뉜다"며 "통상의 판단능력을 갖춘 일반인은 물론 법률전문가에게조차 혼란을 줄 수 있을 정도라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의 단기가 '특가법 5조의4 1항에 정한 형'의 단기의 2배를 가리키는 것인지, '형법 332조에 정한 형'의 단기의 2배를 가리키는 것인지 불명확하다"며 "법정형이 불명확하다는 측면에서도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진성·김창종 재판관은 "'특가법 5조의4 1항 중 형법 제329조에 관한 부분'은 효력을 상실했으나, 그 문언 자체는 여전히 존속하고 있으면서 이를 인용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심판대상조항은 위헌결정에도 그 효력을 유지한 채 계속 적용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앞서 김씨는 2013년 3월26일 대구지법에서 특가법위반(절도)죄 등으로 징역 4년 11개월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기각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김씨는 상고심이 진행되던 중 특가법 5조의4 6항 중 '상습절도죄' 규정 부분이 책임원칙 등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고, 지난 9월 신청과 상고가 모두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사진/헌법재판소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