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불굴의 개척정신으로 신화를 창조하며 오늘날의 현대를 만들었다. 정식 교육을 받은 것이라곤 소학교 과정이 전부였던 그는 16세 때 아버지가 소를 팔고 남은 돈 70원을 들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공사판 막노동, 쌀가게 점원 등을 전전하다 자동차 수리공장을 인수해 도전과 노력으로 세계적 기업가가 됐다.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3%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저성장의 고착화가 우려되는 시점에서 요구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창업'과 '기업가 정신'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창업과 기업경영을 꿈꾸는 '제2의 정주영'을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창업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는 이를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려운 사회'라고 응답한 의견이 70.9%에 달했고, '창업했다가 실패하면 개인 신용불량으로 이어진다'는 의견에 91.7%가 공감했다고 한다.
더욱이 자녀의 창업에 '반대하겠다'는 의견은 전체의 52.6%에 달해 10가구 중 5가구 이상이 자녀의 창업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또 창업을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나이가 들어도 오래 일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돼 고용의 불안정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도 보여줬다.
그럼 청년 창업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사정은 어떠할까.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창업 횟수는 2.6회로 조사됐다. 두 번 정도 실패하고 세 번째 창업에서 성공한 기업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한 번 실패로 사장되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저성장, 저소비, 고실업으로 대표되는 지금의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가 정신이다. 정부는 창업 활성화를 위해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 주는 컨설팅과 같은 '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또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의 생계형 창업보다는 IT, 바이오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창업을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헬조선' 속 '수저 계급론'에 좌절하고 있는 젊은이들은 "이봐 해봤어?", "시련이지 실패가 아니야"를 남긴 아산 정주영 회장의 메시지를 가슴 깊이 되새겨 봐야 한다. '제2의 정주영'이 필요한 때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