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000080)가 지난달 30일부터 소주 제품의 출고가를 5.65% 인상한 가운데 일선 주류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롯데주류 등 다른 업체들 역시 조만간 출고가를 올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며 일부 도매상을 중심으로 주문량을 늘리는가 하면 사재기를 막기 위한 업체 측의 물량조절도 일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일부 도매상들을 중심으로 롯데주류 '처음처럼'의 재고를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롯데주류 역시 사재기를 막기 위해 상인들에게 일부 물량을 조절해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늘 롯데주류에 처음처럼을 주문한 도매상 중 일부가 물건 공급을 받지 못했다"며 "롯데주류도 해당 거래처의 재고를 파악하고 있어 평소 매출에 비해 재고가 넉넉한 곳은 처음처럼을 공급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의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빠르면 이달, 늦어도 내년 초면 다른 업체들 역시 출고가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이에 따른 사재기를 막기 위한 롯데주류 측의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롯데주류 관계자는 "일부 거래처에서 대량 주문을 하는 상황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큰 움직임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지금부터 처음처럼 재고를 확보하는 것은 거래처 입장에서도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30일 '참이슬 후레쉬·클레식'의 출고가를 3년 만에 961.7원에서 1015.7원으로 5.62% 올렸다. 이어 충청도 지역 소주인 맥키스컴퍼니(전 선양)도 'O2린'의 출고가를 963원에서 1016원으로 5.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말 하이트진로가 소주가격을 인상하자 롯데주류와 무학은 이듬해인 2013년 1월 소주 출고가격을 잇따라 올린 바 있다. 롯데주류와 무학은 현재로선 가격 인상 계획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내년 초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나머지 업체들도 소주 출고가를 인상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다만 인상 시기를 결정하는데 있어 나머지 업체들의 눈치작전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30일 참이슬 뿐 아니라 경북지역에서 판매되는 '하이트' 소주도 1015.7원으로 인상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지난 9월 부산 지역에 우선 출시한 '참이슬 16.9'는 신제품인 점을 감안해 출고가 인상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이트진로를 시작으로 롯데주류 등 다른 업체들도 조만간 출고가를 올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며 일부 도매상을 중심으로 미리 재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소주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철 기자 iron62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