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의 허술한 의료 체계가 멀쩡한 젊은이들을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 치료도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 8일 제기됐다.
정의당 김종대 국방개혁단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다친 장병들의 인생을 돌봐도 시원찮을 판에 겨우 치료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국방부는 국방을 포기한 기관이나 다름없다”면서 입대 후 CRPS 환자가 된 육모 상병과 육모 일병 형제의 사연을 소개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은 사지의 외상 후 또는 중추신경손상(뇌졸중, 척수신경손상)으로 산들바람과 같은 미세한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질병이다.
정의당에 따르면 형인 육모 상병은 지난 5월 훈련 중 넘어져 오른쪽 무릎에 실금이 발생했다. 군병원은 ‘꾀병 부리지 말라’며 방치했고, 결국 부상은 악화돼 지난 7월 민간병원 진찰을 통해 CRPS 확진을 받았다.
1년 후 입대한 동생 육 일병도 지난 3월 육군훈련소에서 훈련 중 넘어져 왼쪽 무릎 인대에 염증이 생겼다. 그러나 훈련소는 ‘타박상’으로 진단하고 파스 몇 개만 주고 훈련을 강행했고, 육 일병 역시 CRPS 환자가 됐다.
현재 국군수도통합병원에 있는 육 상병 형제는 다리까지 통증이 전이돼 걷지도 못하고 휠체어에 의지하는 상황이다. 마약성 진통제를 포함해 10여 종류의 진통제를 매일같이 투약하고 주 1회 통증완화 시술을 받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막상 군 당국은 육 상병 형제 치료에 소극적이라는 것이 정의당의 주장이다. 김종대 단장은 “두 형제를 담당한 군의관들은 이미 군병원에서 치료가 불가하니 민간병원에 위탁진료를 보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그러나 군 병원 측은 예산을 핑계로 위탁진료 보내는 것을 아직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군 당국이 통증완화 치료비도 외면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육 상병 형제는 발병 후 주 1회 민간병원에서 통증완화 시술을 받아왔고, 이 비용이 지금까지 1500여만원이 들었지만 모두 육 형제 측이 부담했다.
정의당은 “군이 제 때 환자를 치료하지 않아 상태를 악화시켜 놓고, 이제 와서 민간병원 위탁치료나 치료비 부담은 나 몰라라 하는 행태는 지난 9월 곽 중사 사건이래 우리가 많이 보았던 모습 그대로”라면서 “이번 경우는 치료비 부담 문제 이전에 군의 부실한 의료체계와 무성의한 진료가 한 가정을 어떻게 짓밟았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방부는 책임 있는 해명과 함께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밝혀야 한다”면서 “정의당은 이미 비슷한 사례를 상당수 확보하고 있다. 국방부가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추가 사례를 공개해 국민과 함께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군 병원에서 치료가 안 되면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하게 한다”면서 “(치료비 문제도) 나중에 종합 정산해주니 크게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해명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육 상병 형제의 모친이 정의당 심상정 대표에게 보낸 탄원편지 일부 내용. 제공/정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