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돋보기)연말 '올빼미 공시' 조심하세요

입력 : 2015-12-10 오후 4:34:45
다사다난했던 올해도 이제 20여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송년회다, 망년회다 해서 술자리가 잦아지는 통에 몸이 금방 지칠 수 있는 시기입니다. 쉼 없이 달려온 한 해가 끝나간다는 허탈감에 그동안 다잡았던 마음이 느슨해지기도 하죠. 하지만 몸과 마음이 노곤해지는 연말에도 투자자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이 때를 호시탐탐 노리다 슬그머니 악재성 공시를 내놓는 기업이 많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올빼미 공시’라고 부릅니다. 연말연초 신문과 뉴스에서 가장 빈번하게 보는 용어일 텐데요. 기업 입장에서 불리한 공시를 묵혀놨다가, 투자자들의 관심이 소홀해지기 쉬운 시기에 풀어버리는 겁니다. 특히 주식시장이 문을 닫는 연휴 직전에 이들 올빼미 공시가 대거 쏟아져 나오곤 합니다.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 연휴 직전, 또는 광복절이나 개천절, 한글날 등 국경일과 공휴일 전 6시 즈음 가장 많이 풀립니다.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대부분이죠. 자사주 처분이나 감자, 단기 차입금 증가, 소송 제기나 패소, 횡령·배임, 과징금 부과 등 기업에 불리한 사항이 많습니다.
 
기재정정 공시도 이 시점에 대거 나오는데요. 공급계약이 해지되거나 계약금이 축소됐다는 사실을 이제야 몰래 내놓는 겁니다. 평일 장중에 올려도 될 내용을 굳이 투자자들의 집중이 흐려질 만한 시기를 노려 흘린다는 건 의도가 불순하다고 볼 수밖에 없겠지요.
 
올빼미 공시에 대한 지적이 매년 이어지고 있지만, 멈춰질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감독 당국이 지난 2006년 토요일 공시를 없애고 평일 오후 9시까지 가능했던 공시 시한을 3시간 앞당기는 등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틈새’를 노리는 상장사들의 꼼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일례로 지난 한글날 연휴 직전인 8일 장 마감 후, 공시 마감시한 (오후 6시) 을 앞두고 유가증권 상장사 대양금속이 감자 결정과 단기차입금 증가 사실을 뒤늦게 공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2년 12월28일 오후 5시경 공급계약 해지를 공시한 알앤엘바이오의 경우, 결국 다음해 초 상장폐지 수순을 밟았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오는 31일 주식시장 폐장일에도 비슷한 일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됩니다. 장은 열리지 않지만 상장사는 평소처럼 공시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특히 눈 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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