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지방공무원과 경찰·소방공무원 등을 회원으로 하는 각종 공제회들이 수백억원대의 과도한 이자지급과 임직원에 대한 불필요한 수당 지급 등 방만한 운영으로 재정건정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됐다.
감사원은 14일 국내 7대 공제회 중 대한지방행정공제회와 경찰공제회, 대한소방공제회, 한국지방재정공제회 등 4개 공제회를 대상으로 지난 9월부터 한 달간 기관운영감사를 실시한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대한지방행정공제회는 회원들의 급여 일부를 적금식으로 받아 퇴직이나 만기시 이자를 더해 돌려주는 ‘장기퇴직급여사업’을 운용하면서 급여율(이자율)을 정관규정(기준금리 대비 1.5%~2.0%p 이내)보다 0.08%~0.9%p 높게 책정했다. 그 결과 대한지방행정공제회는 2012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789억원의 이자를 회원들에게 초과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공제회 역시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면서 2012년 1월부터 2015년 6월 말까지 정관 한도보다 1.23%~1.86%p 초과한 이자율을 책정·운용해 718억원을 초과지급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정관 규정마저 어겨가며 높은 급여율을 유지한 두 공제회의 2010~2014년 평균 자산운용 수익률은 대한지방행정공제회 4.58%, 경찰공제회 4.84%에 불과해, 같은 기간 평균 급여율인 5.40%, 6.07%에 못 미쳤다. 즉 공제회가 버는 것 보다 많이 회원들에게 지불한 셈이다.
특히 감사원은 공제회가 규정을 무시하고 높은 급여율을 유지한 원인으로 급여율을 심의·의결하는 ‘운영위원회’ 구성원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대한지방행정공제회 7명 운영위원들의 평균가입기간은 21년이고, 그중 5명은 매월 부담금 상한액을 납부하고 있어, 공제회가 높은 급여율을 유지할수록 본인들의 수혜도 커지게 된다.
감사원은 “수익율을 초과하는 급여율을 유지할 경우 그 혜택은 장기간 납부한 회원들에게 집중되는 반면, 가입기간이 얼마되지 않은 회원들은 향후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 운영위원회가 과연 전체 회원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공제회들은 수백억원대의 경영적자를 보는 등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지만, 그를 도외시하고 소속 임직원들에게 과도한 복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필요한 수당지급, 수억 원대의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정기 성과급 인상, 무자격자 해외여행 제공 등이다.
일례로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관리·감독업무에 종사하는 관리자에게는 시간외근무수당을 줄 수 없도록 돼 있지만 경찰공제회는 2012년부터 몇몇 관리자들에게 올해 8월까지 직책수당 1억6000여만원과는 별도로 시간외근무수당 1억8000여만원을 지급했다. 소방공제회 역시 같은 기간 1억5000여만원의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 위치한 감사원 전경.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