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왜 대학을 다니는가?

입력 : 2015-12-14 오후 6:38:57
2014년 기준 대학교 신입생 휴학·자퇴 비율. 사진/바람아시아
 
최근 대학 교육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교육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 지방대학뿐만이 아니라 서울대학교의 신입생 휴학.자퇴 비율이 30%를 웃도는 것이 이러한 의문을 나타낸다. 이러한 수치의 대부분은 재수 혹은 반수, 즉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재입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진정 대학에 가고 싶은 것일까 혹은 그저 안정적인 길을 따르고 있는 것일까. 여기, 자신의 꿈을 위해 반수도 재수도 아닌 자퇴를 선택한 1학년생이 있다. “아, 학교 때려치우고 싶다.” 밀린 과제에 속없는 투덜거림을 내뱉으며 그녀를 인터뷰하러 갔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해.
-음, 다른 사람들은 다 어느 대학에 다니는 아무개입니다 라고 자기소개를 시작하겠지만..나는 이제 소속이 없으므로(웃음) 그냥 빠른 97년생, 먹는 걸 좋아하는 성00입니다 라고 써줘.
 
그대로 써줄게(웃음)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자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뭐야?
- 수능 점수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서 그저 점수에 맞춰 대학을 가다 보니 처음부터 학교랑 과가 맘에 들지 않았었어. 하지만 막상 이런 이유로 자퇴하려니까 무섭더라. 고작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도피하듯이 자퇴를 해버리면 과연 내가 미래에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싶더라고. 그러다 원래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였지 하는 물음에 이르게 되었어. 답을 찾으니까 결정이 쉽더라. 더 이상 불안한 마음도 들지 않았어.
 
그래서 네가 찾은 답은?
- 나는 항상 경찰이 되고 싶었었어. 원래 가고자 했던 게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였거든. 경찰 행정고시를 봐야겠다고 마음먹었지. 그리고 그날부터 바로 학교를 안 나가기 시작했고.(웃음)
 
바로 실행에 옮기다니.(웃음) 왜 경찰이 되고 싶어?
-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사실 경찰, 검사에 대한 호감보다는 범죄자나 마피아에 대한 호감이 많았어. 어렸을 때부터 총이나 칼, 피가 나오거나 범죄를 다루는 영화 혹은 드라마만 좋아했거든. 막연하게 범죄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 아, 오해는 하지 마. 범죄를 저지르고 싶다는 게 아니라. 범죄와 연관성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와 반대편에 서 있는 경찰이 되고 싶었다는 얘기야.
 
경찰이 되고 싶다면 자퇴가 아니라 재수를 해서 네가 원하던 경찰행정학과에 갈 생각은 안 해봤어? 아니면 대학 졸업 후에 경찰 준비를 해도 되잖아.
- 응. 후에 생각해보니까 대학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것도 있지만, 더 좋은 대학을 갔더라도 나는 자퇴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남들이 대학 가니까 나도 가야한다는 식의 삶의 태도에 늘 회의감이 들었던 것 같아. 나는 경찰이 되고 싶었던 거지 대학이 가고 싶었던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 그래서 수험공부를 다시 할 시간에 차라리 즐길 만큼 즐기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지. 어차피 대학에 가도 경찰이 되려면 시험을 봐야 하는 건 똑같잖아. 다니기 싫은 대학을 억지로 다니면서 시간을 낭비하느니 그 시간을 내 인생에 좀 더 효율적으로 쓰고 싶었어.
 
자퇴하기 전에 다른 누군가한테 조언을 구한 적은 없어? 교수님이라든지 선배라든지.
- 엄마 친구분 중에 경찰이 많아서 건너 알다 보니 나랑 나이가 비슷한 여경분과 밥을 먹게 되었어. 정확히 말하면 삼겹살을 먹었지(웃음). 그분이 많은 조언을 해주셨어. 준비해야 할 여러 가지 자격증들과 시험 준비 팁 등도 알려주셔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어, 내가 용기를 얻을 수 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
 
집에서 반대는 없었는지 궁금해. 너도 알다시피, 일반적으로 고졸에 대한 시선이 좋지는 않잖아.
- 반대는커녕 오히려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셨어. 엄마는 내가 도대체 언제 자퇴하나 기다리고 있었대. 처음부터 내가 학교랑 잘 안 맞는 걸 아셨고, 짐작으로 2학년쯤 자퇴하고 싶다고 하겠구나 싶으셨나 봐. 내가 생각보다 빨리 결정을 내려서 조금 놀라긴 하셨지만 응원해주셨어. 등록금을 더 날리기 전에 좋은 결정을 했다면서..하하. 개방적인 사고를 하는 부모님을 둔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네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하라’고 말씀해주셨어. 하지만 다른 친척분들께는 아직 말씀 못 드렸어.
 
자퇴 후의 계획은 안 물어보셨어?
- 경찰 시험을 준비할 거라고 말했지. 하지만 힘든 수험생활을 겪고 바로 다시 공부 하기는 싫었어. 그래서 부모님께서 내게 계획을 물어보셨을 때도, 딱 2년 동안만 내가 해 보고 싶은 것들을 다 해보고 그 후에 시험 준비를 하겠다고 대답했어. 혼날까 봐 걱정했는데 막상 말하니까 부모님은 또 흔쾌히 그렇게 하라고 하시더라고(웃음).
 
그래서 네가 해 보고 싶은 것들이 뭔데?
- 음...지금 대학생들이 꿈꾸는 것들. 대학생들이 방학 때 혹은 휴학을 해서라도 꼭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이 있잖아? 예를 들면 세계 일주나 자격증이나 다른 외국어 공부 같은. 그런 것들을 해보고 싶었어. 어떻게 보면 나는 대학생들의 방학을 살다가 취업 준비를 시작하는 거겠지. 시험에 합격하면 그때부터는 바로 공무원 생활인데 그때 가서 지금처럼 여유 있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더라.
 
세계 일주와 같은 계획에는 돈이 필요하잖아. 모아둔 돈은 있는 거야?
- 그래서 지금 열심히 아르바이트 중이야. 자퇴하고 처음 한 일이 아르바이트거든. 찜질방 아르바이트, 피자집 아르바이트, 헬스장 인포 아르바이트 등 많이 해봤어. 지금 일이 헬스장 아르바이트인데 하루에 11시간씩 주 5일을 일해. 그런데도 돈이 잘 안 모이네. 자취 하다 보니 돈 쓸 일이 많이 생겨.
 
힘들지 않아? 차라리 학교 다니는 게 낫겠다.(웃음)
-내 인생이고 내가 결정한 일이니까 당연히 책임도 내가 져야 하는 게 맞잖아. 내 계획들을 이루기 위한 모든 자본은 스스로 마련하기로 했어. 그래도 아르바이트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힘들어도 즐거워. 학교는...잘 모르겠다. 계속 힘들기만 할 것 같아.(웃음)
 
아까 자취를 한다고 했는데, 갑자기 자취는 왜 하게 된 거야? 대학 다닐 때는 오히려 자취를 안 했잖아.
- ‘내 인생은 내가 살아야지‘하는 결심이 들었어. 부모님으로부터 제대로 독립하고 싶어서 돈 벌어서 나가 살겠다고 했어. 학교도 안 다니면서 집에서 빈둥빈둥 용돈 받으면서 지내기는 싫었어. 이번에도 부모님은 찬성하셨고. 대신 주말 동안은 집에 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어. 아,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싶기도 했고.
 
자취 후회 안해?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잖아.
-솔직히 좀 후회되더라(웃음). 친구랑 서울에서 같이 자취를 하는데 생활 방시이 너무 안 맞아. 걔는 학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취하는 거라서 돈을 부모님이 대주시는데 나는 온전히 내가 벌어서 내니까 경제 개념도 다르고. 밥도 매일 사 먹어야 해. 집 나와서 내가 뭔 고생이나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또 막상 자유로우냐, 하면 집에 그렇게 늦게 들어가지도 않아. 일하고 나면 피곤해서 바로 집에 가(웃음).가끔 부모님의 간섭이 그립기도 해.
 
자취 말고, 자퇴를 후회한 적은 없어?
- 단 한 번도 없어. 자퇴는 내 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 만약 경찰 공무원 시험에 떨어져도 자퇴한 걸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아. 취업 문제가 아닌, 내 가치관의 문제로 자퇴 한 거니까.
 
대학을 포기하고 네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
- 얻은 게 있다면 시간. 이건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거 같아.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 하고 싶은 걸 할 시간. 대학생들은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시간을 써야 하잖아. 강의를 듣거나 과제를 하거나. 물론 그게 좋아서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하지만 나는 내 의지에 따라 시간을 쓸 수 있어. 잃은 것이 있다면 인간관계라고나 할까? 원래 알던 친구들은 다 대학생활 하기 바쁘니까 만나기도 힘들고, 대학 안에서는 인적 교류가 생기는데 나는 기껏 만나봐야 아르바이트 같이하는 사람들뿐이잖아.
 
흠, 그런 문제도 있겠구나. 그나저나 너 머리 스타일을 굉장히 자주 바꾸는 것 같아. 이것도 자퇴하고 누리는 자유라고 할 수 있을까?
- 그렇지. 검정, 노랑, 빨강, 갈색, 회색, 보라색 등등 해본 것 같다. 대학에서 자유로운 염색이 허용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너무 튀는 색을 하게 되면 교수님들 눈에 띄잖아. 특히 1학년이 특이한 머리색을 하고 가면 적어도 일 년 동안은 이름 대신 머리색으로 불린다니까. 우리는 예뻐 보이고 싶은 자기만족 외에도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탈의 목적으로도 염색을 하잖아. 그런 일탈적 면모들이 아무래도 머리 스타일에서 나타나는 게 아닌가 싶네. 어떻게 보면 나도 지금 일탈을 하고 있는 거니까. “모범적” 루트에서 벗어난.
 
그녀의 여러 가지 머리 스타일. 사진/바람아시아
 
그녀의 여러 가지 머리 스타일. 사진/바람아시아
 
그렇다면 “모범적” 루트 말고 너의 루트를 말해줘. 돈을 모은 다음에 네가 계획한 일중 가장 먼저 진행할 일은 뭐야?
- 세계여행. 구체적으로는 유럽 여행. 한국과 가까운 나라들은 나중에도 갈 수 있으니까 지금은 최대한 먼 나라들부터 가보려고. 아, 그런데 중국은 꼭 한번 가 보고 싶었어서 다음 달에는 중국부터 갈 예정이야. 아마 중국이 내가 여행하는 유일한 아시아 나라가 될 것 같아. 지금 중국어랑 영어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어.
 
마지막으로 자퇴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자퇴를 ‘고민’하고 있다면 자퇴를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자퇴를 생각했을 때 당연히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이 뒤따르겠지만, 그 상태로 자퇴 하게 되면 뭘 하든 후회할 게 분명해. 정말 하고 싶은 일이나, 자퇴 해야 하는 이유를 본인 스스로가 찾는 순간이 오면 자퇴를 생각해도 오히려 마음이 가볍고 즐거워지거든. 그러한 순간이 오지 않았다면 아직 자퇴는 이르다고 생각해. 너 말대로 그저 투정이야, 그건.
 
그녀는 성적에 맞춰 들어간 과가 적성에 맞지 않아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또, 결국 취업을 위해 대학을 가는 판국에 재수하느니 바로 취업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그녀와 달리 나는 지금 아주 “모범적”인 루트를 걷고 있다. 과가 적성에 맞지는 않지만, 성적은 그럭저럭 잘 받고 있다. 대외활동도 찾아보고 있다. 이번 방학부터는 계절학기도 수강하려 한다. 취업을 위해 내년에는 다른 계열의 과를 복수 전공할 예정이다. 겉으로 보기에 그녀와 나의 차이는 커 보인다. 하지만 우리 둘 사이 차이점은 그녀가 나보다 조금 ‘더’ 용기가 있다는 것 하나 아닐까.
 
 
 
김아현 기자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