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증시도 올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답답한 흐름이 예상된다. 5년간 지속됐던 박스피(박스권+코스피)의 연장선상이 될 것으로 판단되며 전체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글로벌 시장은 장기간 성장을 지속한 이후, 추가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출구로 나가는 미국과 달리 다른 지역은 준비가 돼있지 않다. 유로존, 중국, 일본이 추가 경기부양과 양적완화책을 지속 중이지만, 신흥국 금융시장은 경기 부진과 달러화 강세 탓에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시장은 다른 신흥국 대비 펀더멘털 우위가 있지만, 말 그대로 상대적 매력에 그친다. 내년 코스피 기업의 예상 영업이익은 145조원, 지배기업 순이익은 103조원으로 올해 대비 각각 7.6%, 1.8%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 매출액이 올해 대비 5.1% 증가한 1922조원을 기록해 외형성장을 통한 영업이익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란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실적 전망치와 실제 결과치 간 괴리율이 컸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수출 부진은 주요 기업 실적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비용절감과 전년도 빅배스(big bath)에 따른 기저효과(일부 업종)가 예상되지만 성장과는 거리가 있다. 환율 상승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일부 업종의 기저효과가 소멸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내년 예상 순이익은 약 83조~86조원으로, 올해 대비 소폭 개선되는 데 그칠 것이다.
제한적인 실적 회복은 코스피 박스권 상향 돌파를 제약하는 변수다. 역사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 환경에서 주식시장은 높은 멀티플(multiple)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변경되면, 실적(경기)이 주요 모멘텀으로 작용한다. 내년에도 글로벌 저성장 기조 지속이 예상되는데, 예전처럼 기업 실적이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둔화 문제를 극복할 지가 의문이다. 게다가 한국의 내년 기업 실적 전망을 보면, 프리미엄 부여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내년 코스피 예상밴드는 1850~2200포인트로 제한적 등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반기에는 업종·종목별 전략에 집중하고 하반기에는 위험관리에 신경써야한다. 전반적으로는 상저하고가 예상된다. 추정 이익을 기준으로 한 적정 주가수익비율(PER) 상단 11.5배의 경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국 지수(MSCI EM)의 올해 평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매크로 측면에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안정적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다. 올해 4분기 이후 국내 추경 집행의 지연된 경기 반응, 총선 이전 경기 친화적 정책, 완만한 미국 금리인상 사이클과 안도랠리, 부양기조 지속에 따른 중국 경기 연착륙 전망이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미국 연준의 내년 두 번째 금리인상(올해 12월 금리인상 이후 내년 중반 금리인상)을 앞둔 변동성 확대는 경계 요인이다. 미 통화정책 변경에 대한 신흥국(EM)의 적응력이 미약할 경우 신흥국 경기 둔화 경계감이 재현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정부의 정책적 요구와 기업 필요성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의 상승 요인은 아니지만 국내 증시의 할인 요인을 완화시킬 주요 이슈인 만큼 관련 기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유망 테마는 전기차, 핀테크, 인터넷은행, 중국 자본·콘텐츠·소비, 바이오·헬스케어다. 특정 업종이나 섹터보다는 종목별 대응 전략이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