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과 미국의 금리인상이 맞물려 러시아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러시아의 무역 거래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저루블화로 인해 관광산업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가 경제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관광산업이라는 희망의 실마리를 잡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내년 러시아 정부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 개혁에 나선다면 위기 타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전 앞 붉은 광장. 사진/로이터
16일(현지시간) 러시아 관광청(RTIU)에 따르면 연초부터 9월까지 러시아에 입국한 관광객이 전년 보다 13% 늘어난 253만명으로 집계돼 지난 2008년 이래 관광객 유입이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상트가 보도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전체 관광객 증가를 도모했다. 러시아 관광청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들이 전년 보다 63% 늘어났다. 독일과 미국 관광객 역시 각각 12.6%, 6.0%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관광 산업이 회복 신호를 나타낸 것에 대해 루블화 약세를 꼽았다. 블라디미르 칸토르비치 러시아 관광 협회 부회장은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전례 없이 하락으로 러시아로 유입된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루블화 가치는 올 한 해 동안 약세를 나타냈다. 이날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에 따르면 달러·루블 환율은 전날 보다 0.9% 오른 달러당 70.43루블에서 거래됐다. 달러·루블 환율은 지난해 연초 대비 121% 급등했다. 2년 동안 루블화 가치는 100% 이상 급락한 것이다.
달러화 강세에 따른 루블화 약세는 그 동안 러시아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또 강달러는 저유가로 이어져 원유 수출 비중이 높은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면서 러시아 물가상승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11월 러시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년래 최고치인 15.0%로 높은 인플레이션과 루블화 약세가 악순환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루블화 약세가 러시아 경제에 양날의 칼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전문가들은 향후 유가 추이와 함께 러시아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 러시아 경제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과 함께 달러 강세 추이가 유가의 가파른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달러루블 환율이 100루블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러시아 경제는 관광 산업보다 유가 급락에 따른 수출 부진 영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루블화 추이가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는다면 러시아 정부가 공략하고 있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루블화 약세가 관광 사업에 호재로 작용할 경우 경제 회복에 긍정적인 측면을 제기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했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