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사는 집을 담보로 은행 돈을 빌려 대기업의 프랜차이즈를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기술도, 노하우도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브랜드를 믿은 것이죠. 매월 적자가 쌓이다 보니 더는 버틸 힘이 없더군요. 다음날 아침 눈뜨기가 두려울 정도로 현실은 악몽이었습니다. 최근에는 가맹본부에 입금할 돈이 없어 딸이 모아둔 결혼자금을 빌려야만 했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취재팀은 지난 15일 새청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참여연대의 도움을 받아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고통 받고 있는 한 가맹점주를 만났다.
B씨는 롯데리아와 지난해 4월과 5월 서울 영등포점과 분당 **점, 두 곳에 대한 가맹 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앞서 롯데리아 가맹본부와 6개월여에 걸쳐 점포 임대 등 전반적인 사업내용을 협의했고, 가맹본부의 시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최종 승인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현실은 가맹본부의 얘기와는 너무도 달랐다. 가맹본부는 시장조사 결과 두 곳의 예상 매출액을 각각 월 1억2000만원으로 제시했으나, 막상 문을 열고 보니 그 절반도 되지 않았다. **점의 매출전표를 보면 문을 연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간 총매출은 7억4093만원으로, 가맹본부가 설계한 예상 매출액(14억4000만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올해도 사정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1월부터 10월까지 롯데리아 **점의 순매출은 5억4178만원으로, 지출(매입) 5억9922만원을 빼면 5744만원의 적자다. 매월 574만원가량 순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지출을 항목별로 보면 물품대금(2억9400만원)과 임대료(1억4982만원)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인건비 9238만원 ▲금융비 2300만원 ▲배달대행 1651만원 ▲합산보험료 709만원 ▲119심부름 250만원 등 총 26개 항목에서 5억9922만원이 빠져나갔다.
롯데리아 **점의 가맹사업보증보험증권 금액이 지난해 7월 월간 기준 1억2000만원에서 올 7월 64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가맹본부가 제시한 예상 매출과 실제 매출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었다. 자료/롯데리아 점주
지난해 7월 롯데리아 **점이 문을 열 당시 체결된 가맹사업보증보험증권 금액은 1억2000만원으로, 롯데리아 가맹본부가 제시한 월 예상 매출액에 근거를 뒀다. 반면 정확히 1년이 지난 올해 7월23일 작성된 보증금액은 64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하향 조정됐다.
이조차도 가맹점에 대한 보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B씨에 따르면 가맹가업보증보험증권은 점주가 본사에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가맹본부가 체결하는 보험증권으로, 수혜 대상은 본사로 한정되었다.
B씨는 이에 대해 가맹본부가 창업 초기 허위·과장된 정보를 제공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롯데리아 가맹사업보증보험증권을 발급한 서울보증보험주식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롯데리아에서 시장조사 후 제시하는 예상 매출액을 근거로 보증보험증권을 발급한다.
B씨가 분당 **점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점의 경우, 본사 개발팀의 허위·과장 정보 제공이 일부 인정돼 올해 4월15일 본사 직영으로 전환됐다. B씨는 “개발팀 담당자가 허위·과장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제 얘기에 침묵으로 일관했고, 이후 영등포점은 직영점으로 전환됐다”면서 “본사가 잘못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등포점은 직영 전환 이후에도 영업 부진이 이어져 결국 폐점됐다.
B씨는 “롯데리아가 국내 1위 패스트푸드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안정성과 수익성이 담보된다고 생각돼 금융권에서 거액을 대출받아 투자했다”면서 “가맹점이 허위·과장된 정보에 속아 적자에 허덕이는 사이, 본부는 물류매출 증가로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게 지난 1년여는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롯데리아의 재무현황을 보면, 2010년 매출액 8767억원에서 지난해 9870억원으로 12.5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25억원에서 340억원으로 무려 51.11% 급증했다. 롯데리아 가맹점수도 2010년 781개에서 지난해 1131개로 44.81% 외형성장을 이뤘다.
자료/롯데리아
자료/롯데리아
본사의 실적 증가와는 반대로 롯데리아 가맹점주의 매출실적은 뒷걸음질쳤다. 롯데리아 내부자료에 따르면, 가맹점 사업자 연평균 매출액은 2012년 8억6354만원에서 2014년 8억794만원으로 6000만원 가까이 떨어졌다. 월평균 매출액 역시 2012년 7196만원에서 2014년 6732만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B씨처럼 대부분의 가맹점주는 사업에 대한 경험과 정보 부족으로 가맹본부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하게 된다. 가맹본부는 상권 조사를 통해 예상 매출을 산정해 계약자에게 알려주는데, 예상 매출과 실제 매출 간 큰 차이가 발생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의 몫이 된다. 일부 가맹본부는 가맹점 유치를 위해 장밋빛 전망을 제시,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게 현실이다.
최인숙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롯데리아나 GS25 등 대부분의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본사와 가맹점 간 BEP(손익분기점)가 매우 불일치하다”면서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수익과 손실이 서로 직결되지 않기 때문에 허위·과장광고가 난무하고, 점주가 죽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퇴직자들의 1순위 창업 아이템이다. 계속된 경기침체로 최근 대기업들까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 퇴직자들이 쏟아지면서 자칫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부채를 기반으로 한 창업이 파산으로 끝날 경우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을 앞당길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는 시장의 불공정에 기반한다.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장은 “우후죽순 생겨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속에서 과도한 위약금, 인테리어 및 리뉴얼 강요, 물량 밀어내기 등 가맹본부의 갑 횡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강화를 바탕으로 지방정부로의 권한 분산과 피해구제 절차 공개 등 실효성 있는 법 집행을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