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통합법인에 5년간 5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KT(030200)도 조만간 케이블TV 업계를 위한 상생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이통사들이 투자는 물론 상생방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정작 업계가 원하는 것과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SK텔레콤은 5조원 가운데 투자금 절반 이상을 기존 아날로그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주문형비디오(VOD), 초고화질(UHD) 방송 등의 부가서비스와 연계해 수익성을 제고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형희 SK텔레콤 이동통신(MNO) 총괄은 "뭔가 차별되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사회에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노력의 결과로 인해 다른 사업자들도 자극받을 것이고, 소비자들은 질적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이같은 방안은 그러나 독자 생존을 위한 방편이지 케이블TV 업계 전체를 동반성장으로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케이블TV가 디지털 방송을 도입한지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10년 동안 케이블TV 업계의 디지털 전환율은 52.2%에 그치고 있다.
통상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은 케이블TV 사업자의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한다. 10년 동안 절반이 조금 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율은 케이블TV 업계가 그만큼 자금을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에 대한 투자를 단행한다고 해서 케이블TV 업계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KT의 상생방안 역시 공염불에 그칠 우려가 제기된다. KT는 얼마 전까지 케이블TV 업계와 합산규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내놓는 상생방안이 케이블TV 업계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KT와 케이블TV 업계는 합산규제를 놓고 치열하게 대립했다"며 "이제 와서 SK텔레콤에 대항하기 위해 다양한 논리들을 펼치고 있지만, 그동안 케이블TV 업계에서 이야기 했던 내용을 자신들의 입장에 맞춰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케이블TV 업계 일각에서는 대규모 자본에 의한 인수합병(M&A)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덕선 하나방송 대표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조건 없이 허용해야 한다"며 "국내 방송산업의 장기적인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거부할 수 없는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종삼 케이블TV협회 부회장은 "이번 M&A를 방송통신 산업간 결합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며 "부작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경계하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한국방송학회가 지난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미디어 기업 간 인수합병의 조건'을 주제로 개최한 특별 세미나 모습. 사진/김미연 기자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