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약품 시장이 성장 둔화를 보이자 제약사들이 사업다각화를 위해 의료기기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14년 4조9700억원으로 2013년(4조6300억원) 대비 7.4% 성장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6.3%로 시장 규모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반면 2014년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19조3700억원으로 전년(19조3200억원)비 0.2% 성장에 그쳤다. 2010년부터 연평균 성장률은 0.03%에 불과하다.
의료기기 시장은 고령화, 질병 치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의약품 시장은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의약품 시장에서 80% 이상을 차지하는 전문의약품이 약가인하, 리베이트 규제책, 복제약 이익률 저하 등으로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제약사들이 의약품의 매출 손해분을 메우기 위해 의료기기 진출로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전망이 밝을 뿐더러 의약품보다 연구개발 비용이 적고 제약사의 인지도와 브랜드 파워를 활용하면 신규사업 모델로 안착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을 선도한 업체는 JW중외제약이다. JW중외제약은 1972년 계열사인 JW중외메디칼을 설립해 디지털엑스레이, LED무영등, 인큐베이터 등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800억원대다.
휴온스는 2010년 메디컬사업부를 신설해 의료기기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피부 약물주입기와 히알루론산 필러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의료기기 부문 매출은 지난해 100억원대에 근접했다.
대원제약은 피부진단 의료기기 업체인 큐비츠와 보청기업체인 딜라이트를 2011년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40억원대의 매출을 올려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보령제약은 2012년 홈 헬스케어 의료기기 전문기업 '보령A&D메디칼'을 설립했다. 동맥경화 조기진단 장비, 가정용 혈압계 등이 주력 품목이다.
최근에도 제약사들의 의료기기 시장 출사표가 활발하다. 한독은 의료기기 R&D 자회사 '한독칼로스메디칼'을 지난 11월 설립했다. 유유제약은 지난 7월 의료기기사업부를 신설했다. 안국약품, 동화약품, 신풍제약, 광동제약 등도 기술과 제품을 보유한 파트너사와 협업을 통해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기 시장은 영세 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기술력, 자본력, 인지도 등이 열세여서 제약사들이 성공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라며 "앞으로도 의약품 사업으로 입지를 다진 제약사들이 의료기기 시장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