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벌써 들썩이는데…언제 얼마나 오를지 몰라 '불안감' 고조

2억원 변동금리 대출자 이자부담 300만원 증가할 수도
전문가 "고정금리 갈아타기는 국내 기준금리 인상때까지 지켜봐야"

입력 : 2015-12-22 오후 6:08:29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국내 시중은행들의 대출 금리도 벌써 들썩이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언제, 얼마나 오를지 예측조차 어려워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당국은 미국의 금리인상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고만 할뿐 구체적인 로드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들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이 내년에도 두세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난 17일과 같은 수준에서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자의 이자부담은 3조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분위기에 휩쓸려 현재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1월 기준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는 전달 대비 0.09%포인트 오른 1.66%를 기록했다. 이는 두 달 연속 상승한 것으로 2011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코픽스는 국내 시중은행들이 제공한 자금조달 관련 정보를 기초로 산출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다. 특히 이 지수는 시중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정할 때 기준이 되기 때문에 지수가 상승할 경우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단기 코픽스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2월 첫주 단기 코픽스 지수는 1.61%를 기록했다. 이는 최저점이던 지난 9월 3주차(1.40%)보다 0.2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은행들도 일제히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코픽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는 21일 현재 연 3.11~4.47%다. 이는 저점이던 지난 8월 연 2.46% 수준보다 0.5%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밖에 우리은행(연 3.17~4.76%), KEB하나은행(3.07~4.77%), 농협은행(3.05~4.35%), 국민은행(2.96~4.27%) 등도 같은 기간 0.3~0.5%포인트가량 주담대 변동금리가 상승했다.
 
문제는 당분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 연준이 예정대로 금리를 올리면 국내 시장 금리도 동시에 올라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져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연준이 올해와 같이 내년도에 기준금리를 0.25% 수준에서 두 차례 올린다고 가정할 경우 우리나라 주담대 금리는 지난 8월 대비 1.5%포인트 상승할 수도 있다.
지난 10월 기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390조원) 중 변동금리 비중은 67%다. 해당 변동금리가 연 1.5%포인트 상승하면 이자부담은 지난 8월보다 3조2000억원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지난 8월 은행에서 금리 연 3.5%에 2억원을 대출받은 경우 한해 이자로 700만원을 내면 된다. 하지만 내년에는 1000만원까지 이자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지난 8월 대비 연간 이자부담이 42%가량 증가하는 것이다.
 
여기에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로 한 것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는데도 불구하고 내년도 아파트 분양 공급 물량 증가에 따른 가계대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간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 노력이 이어지면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졌지만 아직은 변동금리 대출비중이 더 높다"며 "변동금리 대출을 지니고 있거나 신규로 대출을 받게 될 가계의 이자 부담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앞으로 시중금리 오름세가 이어지더라도 단기금리인 CD금리는 정책금리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게 된다"며 "한국은행이 미국을 뒤따라 정책금리를 올리지 않는 한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이 급격히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는 "주담대 변동금리가 올라가고 있지만 미국의 추가 인상 시기에 따른 완만한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섣부른 고정금리 갈아타기는 위험하다"면서도 "미국과 기준금리 차이가 1% 내로 좁혀지면 한국은행도 투자자 유출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만큼 그때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국내 대출금리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과 가계대출 증가 제한 등으로 내년에도 대출금리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은행 창구에서 고객이 대출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형석·박진아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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