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챔피언 중소·중견기업에 국한…규모별 규제 폐지해야"

입력 : 2015-12-23 오후 12:59:36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중소·중견기업에 국한된 한국형 히든챔피언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 기업이 확장하게 되면 각종 규제와 조세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이들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규모별 규제를 폐지하고 상속세 개편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3일 '독일 사례를 통해 본 히든챔피언 정책 및 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히든챔피언 정책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했다.
 
세계적인 히든챔피언 규모 기준은 계열 관계, 지분 구조, 자산 규모 등에 관계없이 매출액 50억유로(약 6조원) 이하인 기업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중소·중견기업에 국한시켰다. 이에 따라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63개 기업의 평균 매출액(761억원)은 전세계 히든챔피언의 평균매출액 3억2600만유로(약 4000억원))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인 히든챔피언의 매출액 기준인 50억 유로는 유럽연합(EU) 중소기업 기준(매출액 5000만 유로)의 100배로, 작은 기업을 의미하지 않는다. 히든챔피언인 독일 풍력발전 기업 에네르콘과 자동차 케이블을 생산하는 레오니의 매출액은 각각 약 5조원, 4조원이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이들 기업이 육성 대상이 아닌 규제의 대상이 된다.
 
전세계 vs 한국 히든챔피언 현황·경영환경 비교표. 자료/ 전경련
 
우리나라에서 히든챔피언인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진입하게 되면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지원제도가 세제 분야 38개, 수출·판로 분야 10개 등 총 80개에 이른다.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제도의 경우에도 기존 25%에서 15%로 축소됨에 따라 중견기업에 진입한 기업들의 조세부담이 높다. 중기청이 김한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3846개 기업 중 다시 중소기업으로 회귀한 곳이 2013년 기준 76개사에 이르고, 중소기업유예제도 적용기업 중 58.9%가 중소기업으로 복귀를 원하고 있다.
 
실제 전경련이 정부의 규제정보포털의 등록 규제와 상법상 권리제한 등을 조사한 결과, 33개 법령에서 98개의 자산규모별 규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히든챔피언 강국인 독일은 중소기업 육성정책 외에 규모별 차별 정책이 없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외국 기업들과 경쟁하기 전에 자산 규모 증가에 따른 성장통 규제에 발목을 잡히는 실정인 셈이다. 
  
특히,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은 상법에 따라 감사위원 선임 시 보유지분과 무관하게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전경련은 "이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로 경영권과 주주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또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은 공정거래법에 의해 상호출자제한기업으로 지정돼 소유구조와 영업형태를 직접적으로 제한받게 된다. 국가 기관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사업에 참여하거나 국가가 지정하는 뿌리기술 전문기업으로 지정될 기회도 박탈된다.
 
기업승계 지원에서도 차이가 난다. 독일은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고 있으나 우리나라 기업은 상속이 쉽지 않다. 독일의 최고세율은 배우자·자녀에 상속할 경우 2600만 유로(약 300억원) 이상 구간에서 30%이나, 우리나라 최고세율은 30억원 이상 50%다.
 
또 우리나라 상속세제는 유산과세방식을 적용한다. 독일은 부모의 상속재산이 많더라도 개별 자녀의 상속금액이 적으면 낮은 세율이 적용되지만, 우리나라는 피상속인의 재산총액이 클 경우 개별 상속금액이 적더라도 일률적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상속세 공제지원도 제한적이다. 독일은 대·중소기업 구별 없이 상속받은 후 7년간 사업을 계속하며 일정 수준의 고용과 사업자산만 유지하면 100% 세액공제를 지원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에 한해서만 공제해주며 1인 상속, 피상속인 10년 이상 경영 등의 요건에 부합할 경우에만 지원한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우리나라 제도 하에서는 히든챔피언이 되기도 힘들고 되더라도 지속하기 힘들다"며 "국내 히든챔피언을 육성하고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규모별 규제 폐지, 성장 유인형 지원제도 마련, 상속세제 개편 등을 통한 기업 경영환경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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