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이 개인으로부터 직접 후원금을 기부 받을 수 없도록 제한하고 위반시 형사처벌토록 한 정치자금법 6조와 45조 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번 결정으로 정당후원회 제도가 폐지 11년만에 사실상 부활하게 됐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3일 이모씨 등 진보당 당직자 등이 "정치자금법 6조와 45조 1항은 국민의 정치활동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심판대상 조항들을 단순 위헌으로 결정해 무효화할 경우 법적 공백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2017년 6월30일까지 잠정 적용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이 시점까지 위헌성을 제거한 개정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정치자금 중 당비는 반드시 당원으로 가입해야만 납부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으로서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재정적 후원을 하기 위해 반드시 당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간접적으로 정당 가입이 강제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한 기탁금제도는 국고보조금 배분비율에 따라 각 정당에 배분 지급하는 것으로서 기부자가 자신의 정치적 선호에 따라 특정 정당에 재정적 후원을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기탁금 제도로는 정당 후원회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심판대상 조항은 정경유착을 막고 정당의 정치자금 재원조달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나 결국 정당이 스스로 재정을 충당하고자 하는 정당활동의 자유와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얻는 불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위헌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조용호 재판관은 "심판대상 조항은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할 뿐이고 국민 개인으로서도 정당에 가입하거나 중앙선관위를 통해 정치자금을 기탁함으로써 얼마든지 정당활동을 할 수 있다"며 "심판대상 조항이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합헌 의견을 냈다.
이씨 등은 진보당 사무총장과 회계책임자들로서, 2006년 정당 후원회 제도가 폐지돼 정당이 개인으로부터 직접 후원금 기부를 받을 수 없게 되자 '후원당원' 형식으로 1억8000여만원의 정치자금을 불법 모집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 심판대상 조항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정당활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재판부에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