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66-1233119'. 언뜻보면 최근 유출·오남용으로 인한 변경논란이 일고 있는 주민등록번호처럼 보입니다. 사실은 중소기업중앙회가 2016년도 중소기업 바로알리기의 일환으로 만든 숫자입니다.
뜻을 풀이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 수 341만8998개 중 99%인 341만5863개가 중소기업입니다. 근로자 수 기준으로는 전체 1534만4860명 중 88%인 1342만1594명이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전체인구 5114만1463명 중 66%인 3355만3985명이 중소기업 가족입니다. 해당 데이터는 통계청의 2013년 기준 자료에서 인용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23조 3항 내용과 경제민주화 내용이 적시된 헌법 제119조까지 포함, 각각의 비율과 조항번호를 차용해 주민번호 식으로 만든 것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 2016년 신년달력에 표기된 '중소기업 바로알리기' 안내문. 사진/최한영 기자
숫자들을 보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5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배포한 자료와 숫자상 차이가 컸기 때문입니다. 당시 전경련은 우리나라 영리기업 537만7000개 중 중소기업이 537만3000개로 99%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종사자 수 기준으로는 전체 1784만6000명 중 중소기업 종사자가 1359만5000명으로 76.2%를 차지한다고 말합니다. 놀랍게도 전경련의 자료도 2013년 통계청 자료를 기반으로 합니다.
한눈에 봐도 큰 차이가 느껴집니다. 우선 전체 기업 수부터 전경련과 중기중앙회 자료는 196만개나 차이가 납니다.
또 하나의 차이는 중소기업 종사자 비율입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종사자 비율은 88%인 반면 전경련 자료에 따르면 76%로 낮아집니다. 당시 전경련이 배포한 자료 제목도 '중소기업 비중은 9988 아니라 9976' 이었습니다.
두 곳 모두 같은 기관에서 같은년도에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는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습니다.
문의 결과 조사 기준이 다르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전경련의 자료는 기업생멸행정통계 조사를 기반으로 합니다. 해당 통계는 기업의 신생·소멸과 관련된 변화상태 및 고용창출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사업자등록자료 등 국세청 행정자료를 기반으로 가공하는 통계입니다.
반면 중기중앙회 조사는 전국사업체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했습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사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통계를 실시한 결과입니다. 읍·면·동직원 및 임시조사원이 사업체를 방문해 면접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관계자들에게 설명을 듣다보니 곳곳에서 두 지표의 차이가 발견됐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기업체'와 '사업체'의 차이입니다. 기업생멸통계는 기업체를 기준으로 작성됩니다. 예컨대 한 대기업이 운영하는 전국 곳곳의 사업장이 있다 하더라도 하나의 기업체로만 계수됩니다. 반면 전국사업체조사 결과에서는 각각의 사업장을 독립된 사업체로 간주합니다.
두 조사 중 하나에만 포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임대사업을 하는 경우에도 사업자등록을 해야하기 때문에 이 사람은 기업생멸통계에는 포함되지만 사업체조사 결과에 넣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소규모이거나 어떠한 의도에서든지 사업자등록을 받지 않고 영업하는 경우에는 반대상황이 벌어지거나 두군데 다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각 단체의 입장은 엇갈립니다. 중기중앙회 같은 경우 직접 면접조사를 통해 조사한 전국사업체조사의 정확도가 높다고 말합니다. 기업생멸통계는 통계청이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 국세청이 세금징수를 목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료를 통계청이 받아 가공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전경련의 입장은 다릅니다. 전국사업체조사를 할 때 많은 인력을 투입, 전수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워낙 사업체 수가 많고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조사에서 빠지거나 중복조사(더블카운팅) 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합니다. 기업생멸통계와 사업체조사의 모집단이 200만개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도 그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그렇기에 국세청에 등록된 사업자등록증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정확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전국사업체조사에서는 대기업 계열이라고 해도 각 사업체 수가 소규모이면 중소기업으로 계수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전국에 600여개의 지점을 가진 은행의 경우 각각의 지점 근무인원이 적다는 이유로 사업체조사에서는 각 지점을 중소기업으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다시 중기중앙회 측은 "각각의 사업체를 조사해 뽑은 결과를 통합해서 묶어버리면 또 다른 오차가 다시 생겨버린다"고 반박합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기업생멸통계와 전국사업체조사 모두 약간의 맹점이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통계청 측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관련 문제를 정리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빠져있는 부분을 계속 추측하고 포괄범위를 넣어주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세청에서 보내준 자료가 어떤 속성을 갖고 있는지 다시 파악하고 방문조사 데이터의 경우에도 빠진 부분이나 중복여부 등을 살피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 양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쉽게 개선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며,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주장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통계상 차이로 인해 그때까지는 중기중앙회와 전경련의 주장이 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