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내년도 선거구 획정안 마련을 위해 27일 3시간의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또 다시 결렬됐다. 여야 대표단은 이번 달에만 8번의 회담을 가졌지만 선거구 획정안은 결국 연말 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원유철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정의화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에서 회동했지만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포함한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저희 새누리당은 현행 300석의 국회의원 정수를 고정한 채, 지역구를 7석 늘리고 비례대표를 7석 줄여서 늘어난 7석을 농어촌 지역구에 배분하자는 입장으로 253석안을 주장했다"며 "이는 이미 양당 원내대표간 합의한 사항을 기초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러나 새정치연합에서는 비례대표의 비례성 강화를 요구하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변형된 또다른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주장했다"면서 "결국 저희는 새정치연합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씀드렸다"고 협상에 진전이 없었음을 설명했다.
아울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회담 결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사이에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 논의했지만 새누리당은 합의를 위한 단 한번의 아이디어도 제시한 바 없다"고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한편 국회가 오는 31일까지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면 헌재 결정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현행 선거구는 모두 무효가 되고 예비후보들도 자격이 박탈돼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이번 회담까지 결렬되면서 마지막 단계는 결국 정 의장의 직권상정만 남았다는 평가다. 이날 협상에 앞서 정 의장은 이번이 마지막 협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 이상 여야 협상을 주재하지 않고 직권상정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뜻을 재차 밝힌 것이다.
정 국회의장은 회담 도중 여야가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현행 지역구 246석과 비례대표 64석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에다가 획정안을 넘길 수밖에 없다"고 여야에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31일 본회의 직전까지 여야가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합의하지 못할 경우 현행 지역구 246석 그대로 선거구획정안을 직권상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오른쪽)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 집무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지도부 2+2회동을 마친 뒤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이날 여야 지도부는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를 놓고 담판 협상에 나섰지만 결렬 됐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