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 기자] 2015년 건설업계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연초부터 시작된 주택시장 열기에 힘입어 주요 건설사들은 역대급 분양물량을 쏟아냈고, 전국의 아파트 공급량은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대출금리 규제에 미국 금리인상, 미분양 증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상반기 건설업계는 주택시장의 호조로 장기간의 침묵을 깨고 오랜만에 웃음을 보였다. 정부의 청약제도 완화와 저금리 기조 그리고 전세난에 밀린 실수요자들이 주택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신규 분양시장이 큰 호황을 맞았다.
올해 신규 분양물량은 50만가구 이상으로 이는 2000년 관련 조사가 진행된 이후 최대수준이다. 청약경쟁률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SK건설이 지난 7월 부산 남구 대연동에 공급한 '대연 SK VIEW Hills'의 경우 평균 청약경쟁률이 300.3대1을 기록하기도 했다.
자료/부동산114.
청약 광풍은 분양가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부동산114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신규분양단지 분양가는 3.3㎡당 평균 988만원을 기록해 지난해 941만원 보다 5% 가량 상승했다.
특히, 서울과 부산, 대구 등 서울과 지방 대도시의 재건축 단지가 분양가 상승을 견인했다. 서울 강남 재건축 일반분양 상당수는 3.3㎡당 분양가격이 400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 10월 부산 해운대에서 분양한 주상복합 아파트 '엘시티더샵' 펜트하우스는 3.3㎡당 7200만원으로 역대 분양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신규 분양시장과 함께 매매시장도 활발하게 움직였다. 국토부 통계를 보면 11월 누적 기준 주택거래량은 110만58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증가했다. 기존 최고 기록인 2006년 108만2453건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 건설업계는 최고, 최대라는 수식어가 유독 많았던 한 해였다.
하지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빠르게 식었다.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2~3년 전 저가로 수주한 해외수주물량에서 손실로 반영되기 시작했고, 정부와 금융당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가계부채관리 강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내년 2월(지방 5월)부터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가 60%를 초과하는 신규 주택 담보대출은 원칙적으로 거치 기간이 1년을 넘지 못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내년도 해외수주 전망도 어둡게 됐다. 미청구공사 등으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로 인해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건설사도 크게 증가했다.
상반기 주택시장 호황으로 자취를 감췄던 미분양 물량도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4만9724가구로 전월 대비 54.3% 증가했다. 서울은 소폭 감소세를 보였지만 인천과 경기에서는 각각 61%, 74%가 급증했다. 청약 열기는 뜨거웠지만 시장이 냉각되면서 실제 계약률도 떨어지는 추세다.
내년에는 내수와 해외수주 모두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권 대출이나 금리 등 외부상황도 좋지 않아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내년에는 일반 주택분양에 비해 안정적인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올해 보다 71% 증가할 전망이어서 건설사들이 이를 중심으로 사업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민간건설 수주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택 중심의 수주라는 한계가 있고, 내년 수주 물량도 일부 포함된 만큼 시장이 좋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는 착공물량이 많아 건설경기가 당장 꺾이지는 않겠지만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 악재가 지속될 경우 시차를 두고 부동산 시장 침체가 되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올 상반기 주택시장 호황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였지만 하반기 들어 대출금리 규제에 미국 금리인상, 미분양 증가 등 악재가 겹치면서 다시 침체기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