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31일 졸속논란에 휩싸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간 합의’와 관련해 “정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고 어렵게 풀린 위안부 문제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고자 한다면, 이 문제는 24년 전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되고 정부로서도 할머니들 살아생전에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여지가 없게 될 것”이라며 일각의 재협상 요구를 일축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위안부 합의와 관련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수석은 “위안부 문제는 그 상처가 너무나 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떤 결론이 나도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며 “지난 역대 정부들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어떤 때는 위안부에 대한 배상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을 만큼 이 문제는 손대기도 어렵고 굉장히 힘든 난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공식적인 반성, 사죄를 받아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며 “그리고 가능한 범위에서 충분한 진전을 이뤘다는 판단으로 합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수석은 “지금 사실과 다른 유언비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한 유언비어는 위안부 문제에 또 다른 상처를 남게 하는 것”이라며 “마치 정부가 잘못 협상한 것 같이 여론을 조성해나가는 것은 결코 얼마 남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면서 합의에 반대하는 단체와 언론의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더 이상 한일관계가 경색되지 않고 일본 정부가 과거사를 직시하고 착실하게 합의를 이행해 나가서 양국이 함께 미래로 나가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께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번 합의를 이해해 주시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현실적 제약 속에서 우리 측 입장을 최대한 반영시킨 최선의 결과”라면서 정부의 합의 내용을 설명했다.
윤 장관은 “이번 일본의 제안은 지난 2012년 일본 민주당 정권시절 비공식적 제시한 소위 ‘사사에안’보다 진전된 내용”이라며 “아쉬움을 표명하는 목소리가 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이행 과정에서 보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너무 서두른 게 아니냐고 볼 수 있는데, 일본 측이 과거 어느 때보다 진전된 안을 갖고 나왔다”면서 “이런 기회를 놓치게 되면 협상이 장기화하고 자칫 영구 미제로 남게 되는 만큼 마흔여섯 분밖에 남지 않은 피해자가 생존해 계실 때 타결하자는 게 있었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앞으로 합의가 충실히 이행되면 한일 양국 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정부도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재단설립을 비롯한 후속조치 시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피해자의 의사를 배제하고, 고통을 외면하고, 명예마저 실추시킨 졸속협상”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윤병세 외교장관의 사퇴, 즉각 재협상 등을 촉구했다.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이며, 이 협상은 무엇을 위한 협상이냐”며 “정부는 전무후무한 굴욕적 협상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모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표는 “위안부 문제 해결의 핵심은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고, 진실한 사과도 배상도, 진상규명도, 할머니들의 명예회복도 모두 거기서 출발한다”며 “평생을 고통 속에 산 피해당사자들을 빼놓고서는 대통령이 아니라 그 누구도 최종과 불가역을 말할 자격이 없다”면서 정부의 부실한 협상결과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재단설립 자금 100억원 국민모금운동을 제안했다. 문 대표는 “정부가 (재단설립을 위한) 10억 엔에 우리의 혼을 팔아넘겼다. 굴욕적인 협상결과로 얻은 10억엔을 거부한다”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재단설립, 일본 돈이 아니라 우리나라 돈으로 하자”며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한·일 외교장관 일본군 위안부 협상 후 소녀상 이전논란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에 자리한 소녀상이 시민들로부터 씌여진 털모자와 목도리를 하고, 주한일본대사관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