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3년을 마무리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률이 42.9%로 나타났다.
취재팀이 지난 한 달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2012년 대선 당시 발간한 공약집에 수록된 307개 공약을 전수 분석해 집계한 결과다. 307개 공약 중 중앙 공약은 201개, 지방 공약은 106개로 이 가운데 이행을 완료했거나 이행 중인 공약은 중앙이 97개, 지방이 35개였다. 이행률은 각각 48.2%, 33.0%다. 이행을 완료한 공약은 중앙과 지방 공약 통틀어 9개(2.9%)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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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원칙'을 표방한 박 대통령의 성적표 치고는 초라하다. 공약별 세부 내용을 보면 더 참담하다.
박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는 이행률이 20%에 불과했다. '대기업집단 총수일가의 불법 및 사익 편취 행위 근절',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금산분리 강화' 등의 주요 세부 공약은 경제 활성화 명분에 밀려 없던 일이 됐다. 오히려 지주회사 규제 완화 등 경제민주화와 배치되는 정책이 추진됐다.
국민대통합과 정치쇄신은 아예 후퇴했다. 국정철학인 창조경제 구현을 공약으로 구체화한 창의산업 이행률도 20%에 그쳤다.
박 대통령이 공약집의 내용을 집약해 대표공약으로 내세운 '국민행복 10대 공약' 역시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 집권 후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등 주요 경제지표는 이명박 정부 때보다도 낮아졌다. 국가부채와 가계부채, 기업부채는 급증, 재정관리마저 실패했다.
지방 공약 역시 각 광역시·도별로 평균 7개의 사업을 약속했지만 지난해 10월까지 투입된 예산은 총 예산의 12% 수준에 그쳤다.
아직 박 대통령의 임기가 2년 이상 남았기 때문에 최종 공약 이행률은 미지수다. 그러나 역대 정권들이 임기 말로 갈수록 레임덕 등의 부침에 힘을 잃었다는 경험론적 잣대를 적용하면 이대로 좌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선 등의 정치일정도 공약 이행을 가로막는 변수로 지목된다.
이행 완료됐거나 이행 중인 공약에 대해서도 평가절하하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민주화와 국민대통합 등 정권을 태동시켰던 핵심공약들 대신 전 정권에서부터 이어져왔거나 지역 민심용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친대기업 공약만 주로 이행했다는 지적이다.
이광재 한국메니페스토 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박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가장 많이 표를 얻은 공약들, 경제민주화와 국민대통합, 복지, 일자리 창출 등은 거의 지켜지지 않은 반면 대통령이 지키고 싶은 공약만 이행됐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