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하거나 면제된 날부터 20년이 지나지 않으면 택시운송사업을 할 수 없도록 정한 여객자동차법 해당 조항은 헌법 불합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심모씨 등 2명이 "심판대상 조항은 지나치게 가혹해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로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단순 위헌으로 결정했을 경우 발생할 법정공백을 막기 위해 해당 규정을 2017년 6월30일까지 잠정 적용하기로 했다. 국회가 이 시점까지 개정안을 정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효력을 잃게 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자격제도에 대한 법령에 대해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이 인정된다고 해도 20년이라는 기간은 다른 법률에서도 찾기 어려운 긴 기간으로 택시운전 직업 진입 자체를 거의 영구적으로 막고 있다"며 "이런 장기간의 필요성이나 효과에 대한 분명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심판대상조항은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를 일체 배제하고 위법이나 비난의 정도가 미약한 경우까지도 획일적으로 20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택시운송사업의 운전업무 종사자격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장래에 택시운송사업 운전업무에 종사하고자 하는 사람 또는 이미 택시운송사업의 운전업무에 종사하고 있었던 사람의 사익을 현실적이고 중대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이는 심판대상조항이 보호하려는 공익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나치게 큰 제한이므로, 법익균형성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창석, 서기석 재판관은 "마약류 남용이나 마약공급 범죄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국가와 국민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재범률 또한 높다"며 "마약류사범에 대한 관리 감독이 장기간 요구되는 이상 심판대상 조항이 20년간 택시운송사업 운전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은 공익을 위한 불가피한 입법권의 행사"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심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징역 2년형을 확정받고 만기출소한 뒤 택시운전을 하려고 했으나 여객자동차법 24조 4항 1호 등의 제한으로 20년간 택시운전을 하지 못하게 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모씨 역시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징역 6월을 선고받고 만기출소 한 뒤 택시회사에 취업됐으나 심판대상 조항 때문에 직장을 잃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헌법소원심팡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헌법재판소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