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위탁계약을 맺고 고객을 끌어오는 대출모집인 수를 줄여나가고 있다.
불법 대출모집으로 인한 금융 사고 가능성으로 은행의 부담이 커진 데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강화된 데 따른 조치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불완전 판매나 과대광고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대출모집인 수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가장 많이 줄인 곳은 내실 안정화를 꾀하고 있는 한국씨티은행이다. 한국씨티은행의 대출모집인 수는 2014년 12월 말 800여명에서 2015년 12월 650명까지 감소했다. 올해에는 그보다 20% 가량 추가로 줄여 500명 선까지 낮출 계획이다. 지난 2013년 9월 당시 1400명에 달하는 대출모집인을 운영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규모다.
시중은행보다 영업점 수가 적은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대출모집인을 대규모로 운영해왔는데, 대내외 환경이 바뀌자 전략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모집인 수를 계속해서 줄여나가고 있다"며 "감독기관의 규제도 있지만, 가계대출이 이전만큼 많지 않으니, 모집인 수가 감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대출 모집인 수를 줄여나가는 추세다.
기업은행의 대출모집인 수는 2014년 12월 360명에서 지난해 12월 292명으로 줄었고, 같은기간 농협은행은 449명에서 391명으로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393명에서 380명으로 줄었다.
한국SC은행은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대출모집인을 줄이기 시작하더니 그해 12월에와 관련 시스템을 아예 폐지해 버려 현재 모집인 수는 0명이다.
반면, KEB하나은행의 경우만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2014년 말 519명에서 지난해 말 669명으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모집인이 줄어드는 추세인데, KEB하나은행은 전략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대로 움직인듯 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은행이 대출모집인을 감원 내지는 폐지하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 규제 강화 방안'을 내고 대출모집인도 소속 회사에 적용되는 법상 광고 규제를 동일하게 준수하도록 모범규준 개정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광고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애매해서 규제하기 쉽지 않았다"며 "인터넷상에 무등록자가 광고를 올리면 신고센터에 신고하는 등의 방안을 은행연합회와 저축은행중앙회와 논의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출모집인은 대출 관련 업무를 은행에서 위탁받아 수행하며 모범규준의 제약을 받는다.
대출모집인 제도는 은행 입장에선 점포운영 경비를 줄이고 고객으로서는 방문 서비스를 받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자영업자인 대출모집인이 고객을 모으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