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030200)는 최근 기가인터넷 가입고객이 100만명을 돌파했지만 '속빈강정'이라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가입자는 늘었지만 프로모션에 따른 기존 가입자들의 상품전환이 상당수라 실제 수익성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KT의 기가인터넷 가입자는 지난 12월 100만명을 넘어섰다. 반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032640)의 가입자는 각각 20만명대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들 경쟁사는 LTE 속도 경쟁 때와는 달리 “서두를 것 없다”는 입장이다. 실 수요가 많지 않은데 프로모션 비용을 감수하며 급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KT가 기가인터넷 서비스에 박차를 가한 것은 유선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서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유선전화 매출이 매년 감소해온 가운데 초고속인터넷도 서서히 역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기가인터넷의 빠른 성과 대비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기가인터넷 가입자가 65만명을 넘어섰던 지난해 3분기 초고속인터넷 매출 43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것으로, KT는 결합혜택 확대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1만7548원으로 7개 분기 만에 반등했지만 그간의 감소폭을 만회하기는 아직 부족하다. 한국투자증권은 KT의 2015년 연간 초고속인터넷 ARPU는 전년 대비 3.3% 감소한 1만7642원을 기록하고 올해는 1만7813원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에선 KT 기가인터넷의 기존가입자 전환 비율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기가인터넷 요금이 기존 상품보다 5000~1만원 높지만 프로모션으로 서비스만 기가로 업그레이드받은 고객들의 ARPU 개선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T는 “초반에는 기가인터넷 홍보가 부족해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2015년 3월 ‘기가 와이파이 홈’ 출시 이후 고객 만족도가 상승하면서 정상적으로 돈을 내고 가입하는 고객이 절대 다수”라며 “기가인터넷은 UHD, LTE, IoT 등 연관 비즈니스 모델에 미치는 인프라적 성격이 커 단순 ARPU 성장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은 기가인터넷에 대한 실 수요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기가인터넷으로 즐길 수 있는 대표 콘텐츠는 UHD 방송이지만 UHD 방송 시장도 걸음마 단계다. 양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UHD 콘텐츠 도입으로 인해 유선의 중요성이 일시적으로나마 높아진다면 KT의 유선 네트워크는 차별적 경쟁 요소가 될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UHD 콘텐츠 도입 시점이 기가인터넷의 실질적인 수요로 연결될 지는 불확실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무선 시장은 광대역 LTE-A, 3밴드 LTE-A 등 이통사들의 속도 경쟁에 뒤따라 서비스가 보완됐다. 이에 기가인터넷 인프라를 선구축한 KT가 향후 서비스 주도권 확보에도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무선이 3G에서 LTE로 진화할 때는 동영상 콘텐츠가 네트워크와 함께 성장하면서 고용량 게임 등이 활성화됐다”며 “반면 UHD 방송은 방송 장비, 송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고 UHD TV 등의 기기 보급이 필요해 서비스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이 변수”라고 설명했다. 아직 생태계 활성화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KT는 “기가인터넷 투자는 단순 인터넷 사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5G, 스마트 에너지, 스마트 헬스케어 등 다양한 융복합 사업을 염두에 둔 선제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그동안은 기가인터넷 수요가 적어 소비자에게 적극 추천하지 않았지만 기가인터넷 시대 도래는 숙명인 만큼 올해는 보다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4일 오전 KT 분당지사에서 ‘기가 인터넷 고객 100만달성’을 위해 수고한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KT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