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1심 무죄…'소비자 집단소송' 영향 줄까

민사청구와 정면 배치…확정되면 부정적 영향 가능성

입력 : 2016-01-10 오전 9:00:00
이른바 '홈플러스 고객정보 장사' 사건 1심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자, 소비자들이 홈플러스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 승패에도 영향을 줄지 관심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부상준 부장판사는 8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홈플러스 법인과 도성환(60) 전 사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홈플러스가 법률상 고지 의무가 있는 모든 사항을 경품 응모권에 기재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보험사에 판매한 행위와 과정이 모두 '합법'이라는 논리다.
 
법원의 판단은 소비자들이 홈플러스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을 낸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소비자들은 홈플러스가 개인정보보호법상 '거짓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부당한 수익을 얻었다며 이에 따른 경제적·정신적 피해 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 제기된 홈플러스 개인정보 불법판매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 등과 다수의 법무법인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대리해 진행하고 있다. 이날까지 소송에 참여한 홈플러스 소비자들 수는 2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무법인 예율이 지난해 2월 소비자 154명을 대리해 홈플러스를 상대로 4620만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을 시작해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와 진보네트워크센터도 그해 6월 1074명의 회원과 함께 홈플러스와 보험사 2곳을 상대로 3억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다음 달인 7월에는 부산 YMCA 시민권익센터 김지현 변호사도 소비자 684명을 대리해 2억55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 외에도 여러 법무법인들이 인터넷상에 카페를 개설하고 소송인단을 모집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법무법인 예율은 당시 소송을 제기하면서 "홈플러스가 경품행사 응모나 회원가입을 빌미로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해 의도적으로 보험사 등에 불법 판매하고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등도 홈플러스가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취득하고 보험사에 유상으로 판매한 행위는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민사재판은 홈플러스 형사재판의 1심 결과가 난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재판장 송경근)는 지난해 11월25일 경실련 등이 주도한 손배배상 사건의 첫 변론기일을 열고 "형사소송과 민소소송의 결론이 같을 수는 없다"면서도 "형사재판은 국가 공권력이 동원돼 여러 가지 사실관계 등이 드러날 것이며 홈플러스의 행위가 과연 불법인지 판단해 볼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다른 재판부에 배당된 사건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실련 관계자는 "형사재판의 논리가 확정된다면 민사소송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홈플러스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미친 것에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한 것인데, 법원이 이 자체를 유죄가 아니라고 한다면 현재 제기된 민사소송에도 당연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또 "실제 소비자들이 피해를 봤다고 소송까지 제기한 상황이지만 재판부가 이를 무죄로 판단한 것은 소비자들의 피해는 피해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1심 형사 판결이 확정되지 않게 검찰이 항소하게끔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있고 단순히 개인정보보호법을 기술적으로 해석해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비록 형사재판 결과가 무죄로 나왔으나 민사소송에서는 최대한 영향을 받지 않고 우리가 준비한 법정 논리로 소비자들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 소송인단을 대리하는 서울 강남의 한 법무법인 변호사도 "이번 형사재판 결과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형사소송은 '무죄가 아니라는 데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할 것을 요구하지만 민사소송은 개인정보 매각에 대해 고의가 있었던 사실이 있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까지만 증명하면 된다"며 향후 소송 전개를 전망했다.
 
홈플러스. 사진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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