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 가시화…한노총 빠진 노사정위, 어디로 가나

양대 지침 일방추진 반발…11일 중집서 '합의 파기' 안건 상정

입력 : 2016-01-10 오후 3:52:07
노동개혁 후속조치를 둘러싼 갈등 속에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의 분열이 가시화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1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사정위 탈퇴를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이탈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계속적인 참여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간사회의 및 전체회의, 양대 지침 전문가 간담회, 지난 7일 양대 지침 경과보고를 위한 특위에 불참했다. 또 김대환 위원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권성동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새누리당),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장 등 전·현직 노사정 대표들이 참석했던 8일 신년회에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탈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든 명분은 정부의 9·15 대타협 파기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해 취업규칙·통상해고(일반해고) 지침의 초안격인 첫 정부안을 내놨다. 정부안에는 ‘저성과자 해고 기준’과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한 사례’ 등 그간 노동계가 반대해왔던 핵심 쟁점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미 집행부에서는 깨기로 마음을 굳혔다. 내일 중집에서는 깬 뒤에 어떻게 될 것인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며 “조직 내에 반발기류도 있기는 하지만, 노사정위 탈퇴 여부를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한 것이기 아니기에 그 부분들도 함께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노사정은 대타협에서 양대 지침을 ‘협의 처리’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파견·기간제법 강행에 이어 노·정 갈등의 뇌관이던 양대 지침 문제까지 본격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한국노총은 선택지 없는 벼랑으로 몰렸다. 결국 한국노총은 9·15 대타협 이후 정부가 보여준 일련의 모습들을 ‘합의 파기’로 규정하고, ‘대타협 백지화’를 비롯한 강경투쟁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다만 한국노총의 향후 행보와 관계없이 노동개혁 입법과 양대 지침을 둘러싼 정국은 현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노동개혁 5법은 기간·파견제법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으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여당은 5개 법안 일괄처리를, 야당은 3법(근로기준법, 고용·산재보상보험법) 우선처리를 각각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의 입장과 별개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이 ‘빅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양대 지침의 경우에는 기간·파견제법 논의 때처럼 정부와 개별 사업장 노동자들 간 간담회 형식으로 협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정부는 한국노총이 비정규직 실태조사 등에 응하지 않자 개별적으로 비정규직 당사자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이 과정에서 수렴된 우호적 여론을 내세워 기간·파견제법 처리를 강행했다. 정부는 대타협 정신을 살려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입장이지만 여기에서 ‘협의’란 양대 노총과 ‘합의’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최종 지침이 형식적 협의 후 이미 발표된 정부 초안대로 마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노사정위 운영이다. 노사정위원회 제4조 3항은 노사정위의 근로자 대표를 전국규모 노동단체 대표자 중 대통령이 위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전국규모 노동단체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뿐이다. 민주노총의 경우 수년 전부터 노사정위에 불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한국노총마저 노사정위에서 이탈하면 노사정위는 정부와 사용자, 공익위원만으로 운영될 상황에 놓인다.
 
한 노동문제 전문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가 다시 복원될 가능성은 높지만 당장 한국노총이 빠져버리면 노사정위가 제대로 운영될 수가 없다”며 “한국노총이 한시적으로 노사정 논의에 불참한 적은 있지만 탈퇴까지 간 적은 없었다. 그만큼 지금의 상황이 엄중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60차 중앙집행위원회 개시를 알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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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